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퇴직금 재테크 시대] <2부 4회·끝>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한 좌담

"인센티브·홍보 강화, 신뢰부터 심어야" <br>이 덕 희 <노동부 퇴직급여 보장팀장><br>이 준 탁 <ING생명 기업연금담당 이사><br>조 영 무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사회 : 박시룡 <서울경제신문 논설실장>


-사회=지난 1961년 퇴직금제도가 의무제도로 시행된 이후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돼 퇴직급여제도가 45년만에 일대 변화를 맞게 됐다. 퇴직연금제 도입이 갖는 의의부터 정리해보자. ▲이덕희 팀장=퇴직금제도가 새 시대에 맞게 옷을 갈아 입은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동안 정부 내부에서도 퇴직금제를 두고 정책적인 혼선을 빚은 측면이 있었다. 중간정산제도나 국민연금의 퇴직연금전환제도 등은 퇴직금 의무제도와 상충됐다. 이와 달리 퇴직연금제도는 퇴직급여를 회사 밖에 적립한다는 점에서 근로자 입장에서는 더 강화된 측면이 있다. 그 동안 논란이 있던 제도를 새 시대에 맞게 전환하는 것이다. ▲이준탁 이사=고령화 사회를 맞아 세계은행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제안하고 있는 다층연금제 도입이란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 퇴직연금은 고령화 사회에서 노후 보장 급여라는 성격이 있어 노령인구의 사회참여, 국가의 재정부담 완화, 국민이 자신의 노후를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전환 등에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조영무 연구위원=우리 사회는 고령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데 비해 사회복지나 연금제도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빈약한데 연금을 활용한 사회보장제도 마련에 의의가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개방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많은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퇴직연금을 선택한 것도 의미가 있다. 또 채권시장의 빠른 성장에 맞춘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 -사회=퇴직연금제도에 따라 기업의 노무관리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업들은 어떤 준비와 전략이 필요한가. ▲이팀장=퇴직연금제는 많은 부분이 자율에 맞춰져 있다. 기업들이 제도의 성격과 자기 사업장의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퇴직연금 도입과 제도 설계 등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또 퇴직연금제 전환이나 퇴직연금 규약 작성, 근로자 동의 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근로자들도 알 수 있도록 충분히 공유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이사=양질의 근로자 복지제도로 활용한다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경영계에서 노동비용의 증가를 우려하는데 근로자복지를 총액제로 관리한다면 전체 액수에서 기업에 손해가 없고 근로자는 수급권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우수노동력의 이탈방지나 확보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종업원의 이직이 감소되고 충성도가 높아질 수 있다. ▲조위원=기업들이 언제 시행하고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가 문제가 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퇴직연금제로 이행하기에는 여건이나 메리트 자체가 크지 않다. 어떻게 메리트를 줄 것인가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며 기업들은 기존 퇴직금 제도의 전환 자체가 아니라 우수 인재의 확보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회=최근의 가장 큰 사회경제 현상이 고령화인데 은퇴 이후의 노령 준비가 큰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근로자들이 이 제도를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하나. ▲이이사=근로자들은 노후 대비 수단의 중요한 한 축으로 인식해야 할 것 같다. 공무원연금과 동일하게 보고 노후대비의 주요 수단으로 여겨야 한다. 기업이 존재해야 퇴직금도 받을 수 있으므로 무조건 더 받고 보자는 식이 아니라 적절한 선에서 기업과 노조가 서로 윈윈하는 전략을 가져야 한다. ▲이팀장=정작 퇴직연금제가 필요한 이들은 잦은 이직자나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이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6년이 되지 않기 때문에 퇴직금으로는 노후 준비가 되지 않는다. 근로자들도 퇴직금을 노후보장에 사용한다는 의식을 가져주길 바란다. ▲조위원=퇴직연금제를 도입하려면 기업과 근로자 절반 이상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내가 종사하는 업종의 특성과 현황을 잘 살피고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존보다 더 많은 부분을 금융시장에 의존하는 제도이므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기관이나 금융시장에 관심을 갖고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사회=퇴직연금제가 확대되면 금융시장에도 상당히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이사=금융계에서는 자본시장이 확대돼 10년 뒤에는 적어도 지금의 국민연금 규모가 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그만큼의 돈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될 여력이 생기면 건전한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채권시장 발달이 더딘데 퇴직연금제가 채권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또 고객의 요구에 맞추다보면 다양한 금융상품이 나오고 선진금융기법을 계속해서 벤치마킹하게 될 것이다. ▲조위원=금융시장으로 굉장히 많은 돈이 간접투자 형태로 들어올 것이다. 단기간에는 예상만큼 빠른 속도로 들어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2010년을 전후에서는 상당히 많은 돈이 금융기관에 적립될 것이다. 기존 퇴직신탁은 은행보다 보험사들이 주도권을 잡아왔지만 이 제도를 시발점으로 은행과 보험사들간에 쟁탈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팀장=금융시장의 변화는 제도가 잘 돌아갈 것이란 전제 아래 이뤄지는 것인데 현재 금융권에서는 너무 장밋빛 전망을 세우고 이 제도를 또 하나의 금융상품 정도로만 보는 측면이 강하다. 금융권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노사 모두에 컨설팅하는 그런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제도 시행이 한달도 안 남았는데 노동계나 경영계 모두 별반 관심이 없어 보인다.또 기존 퇴직금제도가 존속돼 연금제 확산에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팀장=제도가 생소해서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근로자들이 퇴직금에 대한 애착과 기대는 국민연금보다 훨씬 크므로 이런 제도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고 신중히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조위원=현재 상황으로선 퇴직연금제도로 전환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요구가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으로 나뉘어 있고 전환을 위한 시한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세제상의 혜택정도가 전환의 메리트로 주어져 있다. 앞으로 수년간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기존 퇴직금제도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처럼 두 가지 형태를 절충한 다양한 제도가 나와야 하고 기업에 노조와의 협상비용을 만회할 수 있을 정도의 큰 폭의 메리트가 주어져야 한다. ▲이이사=현행 퇴직금제도에 대한 확실한 로드맵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에 ‘굳이 제도를 전환하려고 노사간에 분쟁을 만들어야 하나’라는 시각이 있다. 퇴직금제도 폐지에 대한 로드맵이 마련되면 기업이나 근로자가 미리 대비할 수 있고 제도가 빨리 안착될 것으로 본다. ▲이팀장=퇴직금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나 사용자들의 지급여력 등을 고려해서 일단 자율로 맡겨 놓은 것이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느 정도 자신이 서면 의무전환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장기적인 목표는 연금제도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정부가 마련한 퇴직연금 법안과 관련 규정 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선진국과 비교해서 보완할 점은 없나. ▲이이사=퇴직연금 감독규정은 보완할 점이 많다. 제도 자체가 완벽한 상태로 출발한 게 아니기 때문에 추후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법적으로 원리금 보장상품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돼 있는데 굳이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제한하면 금융사별로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최근 금감위가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70%로 확대하기로 변경한 점은 고무적이다. ▲조위원=근로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다양한 상품을 마련할 필요도 있겠지만 그것이 과도할 경우 안정적인 노후생활보장에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금융기관이 부실화되거나 펀드 손실이 심해질 경우나 ‘블랙 먼데이’처럼 증시나 채권시장에 만회할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하면 이 제도 도입의 최대 장점인 금융시장 활용이 오히려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것이다. 금융기관의 재량권을 보장하면서도 재원의 안정성 등 접점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이팀장=정부는 퇴직연금에 관한 한 최대한 안정성에 초점을 맞췄다. DB형이나 DC형이나 안정성에 무게를 뒀다. -사회=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한 것 같다. ▲이이사=국제회계 기준이 도입되면 기업의 미래 부채에 대한 계산이 달라져 제도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세제지원이 확대되면 제도 이행과 안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팀장=연초에 세법 개정을 요구해 상다수가 반영됐다. 퇴직연금 자체로 근로자가 소득공제를 받을 수는 없지만 DC형의 경우 근로자의 추가갹출분에 대해 소득공제를 줄 계획이다. 법인세법을 고쳐 사내적립금의 부채 인정비율을 현행 40%에서 30%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점차 보완해 나가겠다. ▲이이사=한가지 제언하고 싶은 게 있는데 금융기관 입장에서 보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퇴직연금 고객으로 유치했을 때 코스트가 별반 차이가 없다. 중소기업을 받지 않으려는 금융기관이 나올 수도 있고 결국 더 많은 수수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경우 공동 조합을 결성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도 기업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검토해봐야 한다. ▲조위원=정부의 지원책에 대해 어떤 혜택이 있고 인센티브가 어떤 것인지 좀더 쉽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권과 정부의 이해가 다를 수 있으니까 이에 대한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채권시장에서는 국민연금으로 굉장히 많은 돈이 몰려들고 있어 장기채권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퇴직연금까지 가세하면 금리가 너무 낮아지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의 채권발행과 MBS같은 장기채권 발행을 늘리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사회= 퇴직연금제도는 기존 제도보다 선진화되고 국제기준을 봐서도 빨리 활성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제안하거나 조언할 것이 있다면. ▲이이사=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인식이 바뀌기까지 혼란이 있을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이 불신을 받고 있다 보니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측면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에 대한 신뢰구축인데 대상이 되는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가 도입되고 도입해서 성공한 사례가 업계에 잘 전파될 수 있도록 홍보를 잘 해줬으면 한다. 공무원, 교원, 군인 등을 보면 연금제도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돼 있는데 일반 사업장으로도 이런 인식이 확대되길 기대한다. ▲이팀장=모두 다 관심을 갖고 잘 보살펴 주면 좋겠다. 퇴직연금제의 정착이 금융시장을 넘어서 거시경제 차원에서도 관련이 있다. 현행 퇴직금제와 동등한 수준에서 맞춘다면 별다른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조위원=기업쪽에서는 제도의 조기 정착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노조와 협의해서 도입해야돼 어려운 문제가 많으므로 여건 성숙을 위해 좀더 논의와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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