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들 글로벌 M&A 무대로] <상> "자본은 충분히 모았다"

성장엔진 찾아 해외로 나서야


[기업들 글로벌 M&A 무대로] "자본은 충분히 모았다" 성장엔진 찾아 해외로 나서야 “지금이 글로벌 인수합병(M&A)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한 사무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내부에서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10대 그룹 계열사인 A사의 M&A팀이 주변의 눈을 피해 본사에서 독립해 사무실을 아예 여의도로 옮겨버렸다. 보안을 위해 명함에 써 있는 부서명도 M&A팀이 아닌 전략기획팀. 해외 기업 인수를 위해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A사 직원들은 오는 9월께 깜짝 놀랄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주요 대기업들이 해외 M&A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신수종 사업 찾기가 한계에 도달해 글로벌 M&A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찾기 시작한 것. 외환위기(IMF) 이후 10년 동안 가혹한 구조조정을 통해 웬만한 충격에는 미동도 하지 않을 만한 맷집을 만들어놓았다는 점도 가세하고 있다. 이병남 보스턴컨설팅 한국 대표는 “내수시장이 3~4%대의 저성장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M&A시장의 주변인에서 주인공으로=49억달러의 초대형 M&A를 성사시킨 두산은 한걸음에 중장비 시장 세계 7위로 올라섰다. 이번 M&A는 두산이 글로벌 메이저가 됐다는 잠재적인 가치뿐 아니라 초대형 M&A시장에 한국 자본이 성공적으로 데뷔했다는 시대적 의미가 눈길을 끈다. 한해 앞서 지난해 효성은 8,000만달러에 굿이어사의 직물 타이어코드를 인수해 타이어코드 세계 1위 업체의 자리를 굳혔다. 국내 기업들이 이처럼 글로벌 M&A시장에 샛별처럼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0년간 풍부한 실탄(현금유동성)을 축적해왔기 때문.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하는 글로벌 M&A시장에서 한국 자본이 더 이상 주변인 아닌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할 체력이 갖춰졌다는 의미다. 증권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2006년 말 기준 국내 10대 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271억달러(25조원)에 달한다. 100대 기업으로 확대했을 때 당장 뽑아 쓸 수 있는 자금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유보율(자본금 대비 잉여금비율)은 616%로 올라가 있다. 일부 업종의 자금동원 능력은 훨씬 두드러진다. 2002년 500~900%대에 머물렀던 전기가스, 철강ㆍ비철금속 등 1차 금속의 유보율은 지난해 1,000%를 넘어섰으며 전자부품, 부동산 업종도 100대 기업 전체 평균(616%)을 넘어설 정도이다(대한상의 자료). ◇때마침 대내외 여건도 좋다=글로벌 M&A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던 미국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이 최근 급속히 움츠러들었다. 밀물처럼 유입되던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그동안 기업사냥에 나섰던 이들은 이제 더 이상 ‘식탐’을 부리지 못하는 상태. 미국 정부의 유동성 축소 움직임으로 돈줄이 서서히 마르는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충격으로 운신의 폭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중국ㆍ인도 등 신흥 M&A 강자들 역시 최근에는 ‘소화불량’ 증세를 보이며 매력적인 기업매물이 올라와도 선뜻 입질을 하지 못한 채 템포를 늦추고 있다. 국제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M&A시장에서는 새로운 돈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가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여유자금을 축적해놓은 한국 자본이 점차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국내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업매물을 인수하려면 기대효과 이상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해외 M&A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게 하는 요소다. 현재 국내 M&A시장의 초대형 매물은 현대건설ㆍ하이닉스반도체ㆍ대우인터내셔널ㆍ대한통운ㆍ대우조선해양ㆍ쌍용건설ㆍ대우일렉트로닉스 등 7~8곳 정도다. 문제는 이들의 몸값이 최근 1~2년 사이 급등했다는 점. 해외 기업 M&A를 준비하고 있는 A그룹의 한 관계자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 기업을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자체적으로 산출한) 적정 가격대를 두배 이상 웃도는 몸값이 형성돼 인수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빗장을 열어라=지난해 한국의 글로벌 M&A시장 참여금액은 4억5,100만달러. 일본 81억3,100만달러, 중국 52억7,900만달러의 10분의1도 안 되는 규모다. 글로벌 M&A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소극적인 태도는 부메랑으로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철강업계의 M&A. 미탈이 인수한 프랑스 아르셀로도 몇 년 전 포스코에 인수제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395억달러의 거금으로 아르셀로를 인수한 미탈은 최근 포스코까지 노리고 있다. 또 일본 도시바의 미국 웨스팅하우스 부분 M&A, 중국 차이나일렉트로닉스의 네덜란드 필립스 휴대폰 사업부 M&A 등은 국내 산업의 경쟁력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국내 M&A 전문가들은 글로벌 M&A시장에 진출하려면 규제의 빗장부터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권이 나서 해외 기업 M&A펀드를 조성하여 기업들이 외국의 대형 기업을 인수할 때 필요한 자금 마련을 측면 지원하고 정부는 M&A를 목적으로 한 사모방식의 신주발행 허용 등 관련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의 오랜 보수적인 경영관행에서 벗어나 해외 기업 M&A를 적극적인 성장전략 중 하나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글로벌 M&A 효과는 성장동력 확보+환율 안정+유동자금 흡수 전문가들은 기업의 글로벌 M&A가 한국 경제에 1거3득의 효과를 안겨줄 것으로 분석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성장동력을 보다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상대기업의 핵심기술이나 역량을 흡수할 경우 해외 생산기지에 쏟는 자금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글로벌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환율안정과 부동산 등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르고 있는 유동자금의 물꼬를 돌리는 것은 글로벌 M&A의 부수적인 효과다. 글로벌 M&A로 달러 수요가 늘어나며 환율안정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500조원을 웃도는 시중 부동자금을 기업 부문으로 다시 흐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 입력시간 : 2007/08/0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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