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아기공룡 둘리'

1980년대 후반의 서민과 청소년들의 일상을 재연한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서울의 도봉구 쌍문동이라는 특정 지역에서 벌어지는 따뜻하고 복고적인 에피소드들이 그 시대를 겪은 세대뿐만 아니라 당시를 전혀 체험하지 못한 요즘 10대, 20대들에게까지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는 것이 만화 '아기공룡 둘리'다.

같은 지역을 소재로 해서 그런지 '고길동' '희동이' 등 만화 속 캐릭터들로 드라마 속 인물이 불리고 구멍가게 이름조차 '둘리 슈퍼'다. '아기 공룡 둘리'가 1983년 청소년 월간지 '보물섬'에 첫 연재되면서 선풍적 인기를 끈데다 이후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1987년)돼 높은 시청률을 거둔 것을 생각하면 이 소재가 빠지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원작자인 김수정씨가 1996년에 제작한 '아기공룡 둘리-얼음별의 대모험'이라는 극장판도 당시로서는 대단한 규모인 3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둘리'는 2000년대 이후에도 TV용으로 계속 재방영되면서 부모에게서 아들·딸 세대까지 이어지는 공감을 얻고 있다. 원작의 성공으로 둘리 캐릭터는 장난감·게임·학습만화, 옷이나 학용품, 식품에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만화캐릭터로는 처음으로 자동차 광고에도 사용되기도 했다. 지금도 한국을 가장 대표하는 국산 캐릭터가 뭐냐고 일반인들에게 물으면 대부분 둘리를 꼽는다고 한다.

서울시가 지하철 4호선 쌍문역을 내년 연말까지 '둘리 테마역'으로 조성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둘리가 탄생한 지 2년 후 개통된 쌍문역에 둘리 상징 조형물과 캐릭터 의자, 포토존 등을 설치하는 등 일종의 테마파크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잘 만든 창작 만화가 한 세대 이상 이어지면서 장수하는데다 드라마와 테마파크까지 발전한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둘리'야말로 콘텐츠란 무엇인가를 가르쳐주는 생생한 교육의 장이라 하겠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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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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