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호갱 공화국' 벗어나려면 소비자부터 달라져야 한다

우리 소비자들이 해외 소비자에 비해 같은 제품을 살 때 기본적으로 2배 이상 '바가지'를 쓰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식품·의약품, 패션·잡화, 가전·생활용품, 명품 등 35개 품목의 국내 판매가를 해외 유명 쇼핑 인터넷사이트인 아마존과 비교한 결과 유아용품의 경우 최대 10배, 수입식품과 의약품은 4배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화장품 등 '뷰티' 상품의 경우도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비싸게 팔렸다.


한국 소비자를 '호갱님'(호구+고객으로 어수룩한 손님이라는 뜻의 인터넷 조어)으로 부르는 세간의 평가를 확인시켜준 조사 결과였다. 수입제품의 가격거품은 사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거치는 유통단계가 지나치게 많고 그 단계마다 관계된 도소매상들이 이윤을 챙기면서 가격이 높아져갔다. 여기에 수입제품이라면 가격에 관계없이 무조건 좋다는 식의 전도된 소비자의식이 맞물리면서 거품을 형성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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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유독 한국만의 문제로 토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명품 브랜드의 경우 아예 이 같은 분위기를 악용해 한국 시장에서만 가격정책을 높게 가져가기도 한다. 12월 한국에 첫 점포를 여는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가 최근 한국에서의 판매가격 차별 논란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일부 해외 업체는 국내 언론이나 소비자단체의 지적을 '노이즈 마케팅' 재료로까지 전용한다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이처럼 뒤틀린 수입제품의 유통구조와 관행을 바로잡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다. 최근 해외 직접구매가 크게 확대되면서 국내 유통업계가 뒤늦게 할인행사 등 소비자 잡기에 나선 점을 주목할 필요 있다. 국내외 가격비교를 통해 새로운 유통창구를 찾아가는 등 똑똑하고 현명한 소비만이 왜곡된 수입제품 시장을 정상화해갈 수 있다. 유통업체를 탓하기 전에 소비자부터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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