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짓눌린 음식료업종이 경기방어적 성격을 잃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감에 중국 수출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던 음식료주들도 연일 미끄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견조한 실적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종목들로 투자 포인트를 좁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음식료 업종지수는 최근 한 달 새 9.58% 하락했다. 같은 기간 6.88% 내린 코스피지수를 넘어서는 하락폭이다. 통상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주들이 약세를 보이거나 시장이 불확실성에 휩싸일 때 음식료주들은 상대적 강세를 나타낸다. 전통적인 내수주인데다 필수소비재적 성격이 짙은 음식료의 특성상 경기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방어주로서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적에 대한 우려가 음식료주들의 방어적 성격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경기악화=실적의 상대적 부각' 이라는 전통적 공식이 깨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민정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이후 음식료 업종지수는 15% 하락하며 코스피지수 대비 3%포인트 더 빠졌지만 그만큼 상대적으로 투자메리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종목 대부분의 2ㆍ4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진 상황이라 실적개선을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한국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소비가 고가품에서 저가품으로 이동했고 마트의 의무휴업이 확대되는 등 음식료업종이 구조적 업황 악화 국면에 돌입했다"며 "2분기 음식료주 대부분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제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앞으로도 제품 가격 인상 흐름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실적 모멘텀을 확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소형 음식료주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소형주 강세 랠리를 주도했던 점도 현재 시점에서 주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앞으로 음식료 업종 내 종목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혜승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작된 음식료 중소형주들의 주가 상승 랠리는 5월 들어 크게 둔화되고 있어 업종 전반에 걸친 주가 상승보다는 밸류에이션 회복과 성장여력 등 종목별로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음식료 업종의 전반적인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실적 변동성이 낮은 종목들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대표적으로 라면과 스낵 수요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농심이 꼽힌다. 또 담배 소비의 변동성이 낮아 실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KT&G도 주목할 만 하다는 의견이다.
한국희 연구원은 "농심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소맥분 가격이 8% 가량 인상된데 따라 2분기 영업이익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주력 품목인 라면과 제과류 시장에서의 탄탄한 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정 연구원은 KT&G에 대해 "중기적으로 흡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수요가 급감할 정도로 담배세가 인상되기는 어렵다"며 "실적이 하향 국면을 나타내고 있지만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최근의 주가 하락으로 글로벌 경쟁사 대비 가격 메리트가 부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는 종목들도 전반적인 주가 하락을 나타낸 시점에서 투자 매력이 돋보인다는 분석이다.
정혜승 연구원은 "스포츠토토의 수익배분율 하락과 중국 시장의 비용 배분 확대 등 상반기 실적 하락 요인들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오리온이 실적 회복의 효과를 가장 크게 볼 전망"이라며 "또 해외 설비 투자에 따라 성장성이 돋보이는 CJ제일제당도 최근 급락한 주가의 반등 폭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