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승범 (주)두산타워 대표

“두타가 앞장서 패션 산업의 메카인 동대문시장을 되살리겠습니다. 두타야말로 동대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패션을 선도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제2기 임대분양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다음달 중순 재개장을 앞둔 ㈜두산타워(이하 두타) 이승범(52) 대표이사의 모습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감성패션`을 추구하는 패션몰 두타는 오는 26일부터 대대적인 매장 리뉴얼 작업에 들어간다. 무려 100억원이 투입된 이번 매장 리뉴얼로 두타는 제2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두타에 대한 상인들의 신뢰가 높아 분양신청에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며 “이번 분양을 자평하자면 100점 만점으로 볼 때 95점은 되는데, 현재는 우수한 상인들을 유치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패션몰의 성패는 결국 입점한 상인 개인의 경쟁력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해 단순히 소매 판매를 영위하는 상인들은 이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자체 브랜드를 강화한 디자이너 특화 매장을 대폭 확대, 능력 있는 시장 상인을 대거 유치해 브랜드 없는 상품은 이제 두타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대표는 매장 리뉴얼의 핵심 키워드를 `브랜드 패션`으로 정했다. 이제 고객은 싸구려 물건을 외면, 패션몰과 시장이 경쟁력을 높이는 길은 참신한 디자인을 개발해 체질을 개선하는 것뿐이라는 그는 “디자이너 특화 매장 외에 스토어 브랜드, 도매 브랜드를 함께 육성해 두타를 변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요즘 중국ㆍ홍콩 등에서 방문하는 중화권 관광객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중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 5,700명이 한꺼번에 두타를 찾아왔을 정도로 이제 중화권 관광객은 매력적인 고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의 비중이 조만간 현재보다 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토속상품과 관광상품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타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시장조사를 한 결과 스포츠ㆍ캐주얼 의류를 보강해야 된다는 내부 결론을 내리고 매장 개편에 이를 충분히 반영했다. 주5일제 확대와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한 공격적인 상품구성(MD)을 실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복 매장을 과감히 줄이고 가방ㆍ신발 등 패션잡화 매장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 소수정예 브랜드만 키우기로 했다. 지난 2000년 ㈜두산타워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 대표는 그동안 패션몰 업계에서 전무후무하게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가격정찰제 실시, 인증 베스트 매장, 고객관계관리(CRM)를 위한 두타플러스카드, 면세제도 등 업계 최초로 많은 제도를 실험하고 성공했다. 그는 “현재 동대문은 32개 상가에서 2만8,000여개의 점포가 영업을 하고 있는,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 패션시장”이라며 “하지만 동대문 상권이 쇠락하고 있는데다 상인들은 아직도 무자료 거래 등을 일삼아 정보와 자료가 거의 축적되지 못함에 따라 다른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이 대표는 또한 “각종 편의시설과 호텔 등 인프라도 미흡해 국제적인 패션시장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다 최근에는 중국산 저가 제품에 밀려 국산 제품은 설 자리도 없게 됐다”며 “이제 정부가 나설 차례”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동대문이 패션 산업단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 기본개발계획부터 수립해야 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 뒤에 민간기업과 학계가 협력해 동대문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동대문의 부흥을 단념하지 않는다. “아직 희망은 있다. 일례로 청계천 복원만 하더라도 동대문상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동대문이 대학로와 종로를 연결하는 관광ㆍ문화ㆍ패션의 `신천지`로 급부상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리뉴얼 매장이 성공하면 향후 두타 2호 매장에 대한 건립도 추진할 생각”이라는 그는 “최근에도 제2의 두타를 건립하자는 여러 업체의 제안을 받았지만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두타 2호 매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묻자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단순ㆍ투명경영 중시… 은근한 情 많아 이승범 대표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단순경영`으로 규정한다. 그가 말하는 단순경영이란 기업경영은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 이는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원칙에 따라 회사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경영은 `정도경영` 또는 `상식경영`과 같은 말이며 정직하지 않은 이익은 그 어떤 것이라도 추구하지 않는다는 의지다. 일면 고리타분한 경영철학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으나 이 같은 이 대표의 경영철학은 30여년 동안 산을 오르며 닦아온 성품에서 기인한다. 두타의 한 관계자는 “논어에 나오는 `지자요수 인자요산(智者樂水 仁者樂山ㆍ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이라는 문구가 이 대표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라며 “어진 사람(仁者)이 정도와 상식에서 벗어난 일을 멀리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단순경영을 펼치면 자연스럽게 투명경영을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투명한 경영을 실시하지 않으면 그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장기적인 측면에서 큰 문제를 초래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올해부터는 그의 경영철학 노트에 `고객만족`이라는 새로운 항목이 추가됐다. 이 대표는 두타의 제2기 출범을 맞아 고객서비스를 높여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 대표에 대한 회사직원들의 평가는 한결같다. `엄격해 보이지만 은근히 정이 많은 매력적인 CEO`라는 게 중론이다. 드러내놓고 말로 표현은 안하지만 정이 많아 바쁜 업무 속에도 직원들의 경조사를 잊지 않고 일일이 찾아다니는 그의 열성은 그래서 직원들 사이에서 정평이 높다. ◇약력 ▲52년 서울 출생 ▲보성고,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80년 동양맥주 입사 ▲91년 두산전자㈜ 증평공장 관리부 차장 ▲93년 두산그룹 회계팀 팀장 ▲2000년 ㈜두산타워 대표이사 취임 <안길수기자/사진=김동호기자 coolas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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