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윤종열기자의 법조이야기] 99년 재생자동차부품판매 무죄선고

우리사회 낭비풍조 '경종'대다수의 사람들이 풍부한 물자 덕택에 무슨 물건이던 한번 고장 나면 고쳐 사용하기 보다는 그냥 버리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어린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에서부터 전자제품, 자동차에 이르기 까지 수리하면 충분히 쓸만한 물건들인데도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 같은 잘못된 우리 사회현상을 충분히 꼬집을 만한 판결이 지난 99년12월 대법원에서 선고된 적이 있다. 이 판결은 제주도에서 재생자동차부품을 생산해온 박진섭씨의 이야기다. 박씨는 제주도에서 재생 자동차부품을 생산해 왔다. 그는 사용기간이 남아 있는 범퍼를 모아다가 수리를 한 후 이를 판매해 왔다. 박씨의 이 같은 상행위에 대해 현대 자동차등이 제동을 걸었다. 현대ㆍ대우ㆍ기아자동차는 박씨가 지난 97년 '제주상사'라는 자동차범퍼재생업체를 통해 현대ㆍ대우ㆍ기아자동차의 등록의장된 차량범퍼 1,000개(시가 7,000만원 상당)를 재생해 자동차정비업소 등에 공급해 왔다며 98년9월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박씨를 조사한 뒤에 의장법위반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그는 자신의 억울함을 법원에 호소할 수 밖에 없었다. 제주지법 형사단독 권오창판사는 99년1월26일 박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권 판사는 "박씨가 사용기간이 남아 있는 범퍼를 수집해 수리를 했기 때문에 의장권자의 이익을 침해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 판사는 특히 "자동차의 경우 계속되는 신제품 출시로 부품 생산기간이 사용연한에 비해 짧은데다 재생된 중고품은 정품의 30~50% 가격에 재활용품으로 공급돼 일반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고 있다"며"자원절약과 폐기물 발생억제, 재활용 촉진 등 공공이익에도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이 판결문에는 극히 이례적으로 주석등이 달아져 있는 것으로 보아 권 판사가 판결문을 쓸 때 매우 신중했음을 엿볼 수 있다. 검찰은 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 불복하고 항소 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제주지법은 같은해 4월28일 원심대로 역시 무죄를 선고 했다. 검찰은 또다시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같은 해 12월7일 박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 시켰다. 이 같은 사례에 대한 첫 판례가 창출 됐다. 이 사건은 서성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으며, 지창권ㆍ신성택ㆍ유지담 대법관이 관여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내용기간 내에 있는 재생가능 한 범퍼를 수거한 후 이를 세척하고 흠집제거 및 도색작업 등을 거쳐 의장등록 된 원래의 범퍼와 동일한 형상과 색채를 갖춘 범퍼로 복원하는 정도에 그친 경우 이는 등록된 의장에 관한 물품을 새로 생산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의장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재생 자동차부품을 생산해온 한 영세업자가 공룡과도 같은 국내 자동차업계로부터 승소를 거두었다는 점에도 의의가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쓸만한 물건을 고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윤종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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