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국가 생활의 오랜 전통과 관습에서 확고하게 형성된 법규범으로 이른바 관습헌법(불문헌법)에 전제된 규범이라는 논리로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도 관습헌법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헌재는 재판관 7명이 다수 의견으로 관습헌법에 규정된 `서울=수도'라는 규범을 특별법으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란 논리를 펼쳤지만 관습헌법이 성문헌법을 지배할수 없다는 소수 의견도 제기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는 헌법 이념을 명문화한 성문헌법을 갖고 있지만 영국과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는 단일한 법전 형식을 갖추지 않고 관습, 규범에 의해 확립된 불문헌법을 갖고 있다.
헌재 위헌 결정에 대한 논란은 엄격한 법 해석을 요구하는 성문헌법 국가에서 관습헌법이 성문헌법에 지배적인 효력을 미칠 수 있느냐는 것.
헌법재판이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전제로 헌법과 일반 법률의 효력 차이를 인정하고 헌법이 갖고 있는 다양한 기능을 성문헌법으로 명백히 규정하거나 인정할 때제도적으로 의의가 있다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헌법학자들은 불문헌법 국가에서는 헌법재판의 구속력이 적을 수 밖에 없지만 성문헌법 국가의 헌법재판은 명백한 성문헌법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려 헌법의 통합적 기능을 유지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데 견해를 모으고 있다.
임지봉 건국대 법대 교수는 22일 "헌법적 관습, 정신, 관행 등에 대한 위배를 지적한 사례가 독일과 미국 등에 있었지만 그것은 성문헌법 위배 여부가 우선적 판단기준이 됐을 뿐 이번처럼 판단 근거로 관습헌법 위배만 놓고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무척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건국 이후 성문헌법과 불문헌법을 동시에 최고 법 규범으로 갖추고 있었느냐는 점도 논란이 될 수 있지만 헌재는 일단 이번 위헌 결정을 통해 불문헌법의 존재를 명확히 인정했다.
그러나 대한변협의 한 관계자는 "불문헌법에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민법 체계처럼 적어도 성문헌법 조항에 `어떤 경우에 한해 불문헌법에 따른다'라는 조항을 규정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법의 경우 제1조에 민사에 관해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따르고 관습법에 없으면 조리에 따른다고 규정돼 있다.
관습헌법이 우리나라 헌법 체계에 보완적 기능을 갖고 있는지 여부도 논란이다.
허영 명지대 석좌교수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른 나라들도 성문헌법 외에 헌법관습법을 두고 성문헌법이 담을 수 없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효숙 재판관은 소수의견에서 관습헌법이 보완적 `효력'만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성문헌법의 여러 원리와 조화를 이루지 않고는 성문헌법전보다 불문헌법의 관행이 우선하고 국가생활을 지배하는 결과가 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대한변협과 민변 등 재야 법조계는 헌재의 위헌 결정에 대해 법리 공방이확산될 경우 의견서를 제출할 방침이어서 특별법의 불문헌법 위헌에 따른 법조계의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