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특허 공시는 외계어?

'리드프레임에서 프로브핀을 이탈시킨 후 솔더링작업을 수행해 리드프레임의 전체에 걸쳐서 고르게 솔더링시키는 장치' 한 코스닥상장법인이 지난 9일 '리드프레임의 솔더링장치'라는 특허권 공시를 설명한 내용이다. '반도체 칩을 올려 부착하는 금속기판(리드프레임)에 일부 검사장비 부품(프로브핀)을 빼놓고 납땜(솔더링)해 기판 전체에 고르게 납땜할 수 있는 장치'를 이같이 외계어처럼 어렵게 쓴 것이다. 다른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멀티증착층을 구비한 윈도 및 그 제조방법'이나 '유효성분으로 박테리오파지를 포함하는 선박 평형수 처리용 조성물' 등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아볼 수 없는 내용투성이다. 물론 기업들도 할 말은 있다. 산업계에서 쓰이는 용어 중 정확하게 우리말에 대입하기 어려운 말들도 적지 않으며 또 업계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용어들도 많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고 해서 투자자들에게 '못 알아들으면 말고'식의 전문용어를 내미는 것은 불친절하다. 투자자들이 모두 업계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용이 잘 나와 있다고 해도 갓 한글을 뗀 어린이에게 두꺼운 대학도서를 권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실적이 기업의 과거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특허 취득은 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지난 한해 동안 코스닥시장에서 특허권 취득 공시를 낸 상장사는 658곳으로 2009년(534곳)보다 23.2%나 늘었다. 올해만 해도 벌써 112곳이나 특허권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특허 공시를 많이 낸 기업은 주가 상승률도 높다. 실제로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1월부터 9월16일까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특허 취득 공시건수가 가장 많은 6개 기업의 주가는 시장평균보다 13.3%포인트 더 올랐다. 그만큼 투자자들에게는 중요한 투자지표 중 하나인 셈이다. 이제 상장법인들도 투자자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좀 더 기울여야 한다. 상장법인들의'공시 쉽게 쓰기'운동이 시급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