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잡스와 노벨상, 그리고 한국


애플의 공동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지만 추모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많은 누리꾼들은 잡스의 제품을 빗댄 'iSad(슬프다)'라는 말로 애도를 표했고 'iHeaven(천국)'이라는 말로 그가 천국에서 편히 쉬기를 기원하기도 했다. 몇 천개의 사과나 접착 메모지로 만든 초상화도 출현했다. 이 시대, 창조와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인물의 죽음을 애도하며 추모하는 방식 또한 창의적이다. 흡사 그가 뿌린 창의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 것처럼. 창의적 아이디어가 세상 바꿔 그리고 올해에도 어김없이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고체 구조의 이해를 바꾸게 한 준결정(Quasicrystal) 구조를 발견한 공로, 초신성(Supernova) 연구로 우주의 가속 팽창을 밝혀낸 공로, 면역체계가 활성화되는 원리를 규명한 과학자들의 공로가 각각 노벨상으로 그 빛을 더했다. 디지털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잡스의 재능과 철학,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하는 노벨상. 이들의 공통분모는 바로 창의성이다. 기존의 발상과는 전혀 다른 시도와 아이디어가 세상을,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 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부는 독창적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는 과학기술 혁신이 국가의 미래에 대한 준비라는 인식 하에 지속적으로 투자와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에도 이 같은 의지가 반영돼 지난 2008년 11조원 수준이던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내년에는 16조여원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과학기술의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기초ㆍ원천기술 연구에 대한 투자 비중이 50%를 넘어설 예정이어서 창조적ㆍ도전적 기초연구 기회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젊은 신진교수들이 수행하는 풀뿌리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을 상당 수준 확대했다. 이를 통해 적어도 이공계 교수의 3분의1은 본인이 하고 싶은 창조적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연구 환경을 만들기 위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도 2,000억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과학 벨트에 들어서는 기초과학연구원이 수월성 중심의 기초과학연구 수행, 국내외 우수 인력이 활발히 참여하는 개방형 조직 운영 등을 기반으로 창조적 과학기술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내년에는 줄기세포 분야가 바이오 산업의 핵심적인 성장 엔진으로 집중 지원될 예정이다. 정부는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우리나라가 줄기세포 강국의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산화탄소 포집ㆍ처리기술과 같은 기후변화 대응기술, 사회ㆍ재해안전 분야 핵심 기술 등을 개발해 과학기술이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데 대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 기초연구ㆍ융합인재 양성 힘써야 더불어 성장기부터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학습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융합인재교육(STEAM)'을 내년부터 본격화할 계획이다. 과학ㆍ기술ㆍ공학ㆍ예술ㆍ수학 등 다양한 학문의 융합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한편 차세대 이공계 인재를 조기에 발굴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교육환경 마련에도 힘쓸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내년도 과학기술 예산안은 이처럼 글로벌 지식기반시대가 요구하는 과학기술 역량을 배양하고 창조적 인재를 길러내는 데 초점을 둘 예정이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 청소년 과학 꿈나무와 연구원들의 노력, 국민적 지지와 관심이 함께 모인다면 한국의 스티브 잡스, 한국인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배출되는 것도 아주 먼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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