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급락 등을 원인으로 지난 3·4분기 국내 순금융자산이 전기 대비 70조원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사상 최대 금액을 빌렸지만, 급락한 주식시장에 ‘몰빵’하면서 자산 증가폭이 대폭 줄어들었다. 기업 역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금융권 대출에 경영활동을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금순환 잠정치에 따르면 3·4분기 국내 순금융자산은 2,066조7,000억원으로 전분기(2,136조6,000억원) 대비 69조9,000억원이 줄어들었다. 순금융자산이란 가계 및 비영리단체, 비금융법인 기업, 일반정부의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금액을 말한다. 이 순금융자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3년 3·4분기 이후 8분기 만이다.
순금융자산이 급감한 이유는 지난해 3·4분기 주식시장의 급락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월말 코스피 지수는 1,962.8포인트로 2015년 6월말(2,074.2) 대비 5.4%가 하락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3·4분기에는 주식시장 급락으로 시가총액이 110조원 가량 증발해 자산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며 “이로 인해 순금융자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금거래를 보면 가계는 주택담보대출 등의 영향으로 은행 대출이 전분기 대비 40조7,000억원이 늘었다. 이는 2008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치다. 반면 금융자산 윤용액은 60조9,000억원이 늘어 전분기(61조8,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줄었다. 다만 가계는 금융기관 예치금을 빼 급락한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20조5,000억원)하면서 4년만에 순금융자산이 전기 대비 뒷걸음질했다.
기업의 빚 증가액도 32조5,000억원으로 전기 대비 대폭 늘었다. 특히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은행에 장기로 빌린 돈(16조1,000억원)이 가장 크게 늘었다. 또 자금운용에서도 주식 등 포트폴리오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채권투자를 늘리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