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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 기자의 K컬처] 무르익은 '한류 3.0'… 선택과 집중 필요한 때

K컬쳐를 월드 문화로 키우려면 오프라인보단 디지털 허브 절실

중국·북미·유럽 중산층 대상, 한류 확산 정책 개발 힘써야

이제 한류 3.0시대도 중반을 넘었다. 보통 한류 1.0은 1997년부터 2005년까지 드라마가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인기를 누리던 시기를, 한류 2.0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K-팝(Pop) 등이 동남아시아까지 확산된 시기를 가리킨다. 그리고 한류 3.0은 2010년 이후 한국 대중문화가 유럽과 북미 지역 등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고도의 성장기를 의미한다. 중반을 넘어선 한류 3.0이 한류 4.0은 물론 K-컬처의 미래가 되기 위해서는 한류의 전방위 확산 및 오프라인 중심 등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중국·북미 그리고 인터넷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다.

우선 한류 3.0이 현시점에서 집중해야 할 대상은 중국과 북미다. 중국과 북미는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중산층의 수가 많은 데다 이슬람 문화권 등에 비해 경제·사회·문화적으로 개방돼 한류 시장을 확대할 환경이 조성된 상태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중산층(자산 5,730만원∼5억7,000만원)이 가장 많은 곳은 중국으로 1억900만명이며, 북미지역도 1억500만명이나 된다.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극심했던 문화 규제에 대한 빗장이 풀릴 것이며, 한중 합작의 길도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에서도 동양인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고, 한류팬도 교포 중심에서 현지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멜팅팟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조차 동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가 없었지만 올해 1월부터 'Fresh off the boat'라는 시트콤이 인기 끌며 시즌2까지 방송되고 있는 것. 또 지난 8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한류 페스티벌 'KCON(케이콘)'에 참가한 이들의 90% 이상이 미국인 등 현지인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내년 한류 정책 중 충칭시를 한류의 거점으로 설정한 것 등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문화 개방도가 높은 북미·유럽에서의 한류 확산 정책이 미미한 점은 아쉽다.

특히 싸이를 '월드 스타'로 만들고, 중국에서 제2의 한류를 일으킨 채널이 됐던 인터넷 관련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어 한류 3.0이 디지털 시대에 성공적 마무리를 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2010년대 대중문화의 주요 소비자는 디지털 네이티브(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다. 디지털 체험이 익숙한 세대를 공략하는 데는 체험관 등 오프라인을 확대하기보다는 '디지털 허브'를 만드는 것이 파급력이 더 크다.

예를 들면 인터넷을 통해 한국 드라마 등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한다든가 한국 드라마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화 및 맥락을 설명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등을 구축하는 것 등이다. 다수의 영미권 시청자들은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지만 맥락과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영문으로 한국 드라마 등을 설명한 사이트 자체가 거의 없는 탓이다. 인터넷이 싸이를 '월드 스타'로 만들었듯 인터넷은 K-컬처를 '월드 문화'로 키워낼 수 있다. 예산은 늘 모자라는 법이다. 기존 방법을 고수하면서 문화예산이 부족하다고 탓할 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으면 예산도 스마트하게 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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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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