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 배가 완전히 산으로 가버렸네.'
4·16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서 절로 나오는 탄식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꺾여버린 고교생 등 314명(10명은 실종)의 원혼을 추모하며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20여일간 생중계를 한 TV를 보며 같이 따라 울었고 시간만 나면 스마트폰을 검색하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실종된 오빠를 하염없이 팽목항에서 기다리던 한 여중생은 "돈이 없어 가족여행을 한번도 못했는데 오빠가 이번에 처음 제주도를 가면서 무척 좋아했었다"고 말해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당시 아무런 잘못도 없이 수장돼야 했던 원혼들을 생각하며 이렇게 만든 청해진해운이나 관리감독과 구조 과정에서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 해경 등 정부 당국에 대해 우리 모두 분노했었다. 'BS(Before Sewol)'에서 벗어나 'AS(After Sewol)'로 넘어가며 기본이 바로 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너도나도 다짐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오히려 BS 시절보다 못할 정도로 국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느낌이다. 특히 정치권이 정쟁의 덫에 갇혀 세월호 특별법을 타결 짓지 못하면서 국정의 동맥경화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설익은 여야 합의를 했다가 두번이나 깬 뒤 지금은 국익은 뒷전인 채 집안싸움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세월호 책임은 여권이 있는데도 욕은 야당이 먹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다. 야당의 무능함에 혀를 찰 뿐이다. 국정을 책임진 새누리당은 여러 차례 유가족의 가슴을 쥐어짜게 하는 실언을 하더니 이제는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은 뒷전인 모양새다.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정치력을 발휘할 생각조차 않는다. 청와대는 세월호의 책임이 큰데도 오히려 여야의 문제라며 방관자 입장으로 돌아선 지 오래됐다.
이렇게 서로 핑퐁게임을 벌이는 사이에 소위 '김영란법'과 '유병언법' 등 국가혁신법은 물론 각종 민생·경제법이 5개월째 표류 중이다. 이런 식이라면 국정감사와 새해 예산안, 세법개정안도 부실·날림처리될 것이다. 공무원연금 등 3대 연금 개혁과 증세,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 비정상적인 남북관계의 정상화 등 해결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낭비할 시간이 없다.
아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생업도 내팽개치고 진도에 내려가 있는 정성욱씨의 말이다. "특별법도 안 되고, 정부도 관심 없고, 정치권은 정쟁만 하고, 진도도 잊혀져가고 답답하고 속에서 울화통만 납니다." 지난 7월 국회에서 단식을 할 때는 "부모로서 죽고 싶지만 자식이 왜 죽었는지 밝히고 싶을 뿐"이라고 했던 그는 마지막으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믿지 못하겠고 야당은 너무 무능하고…"라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정치권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