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제약업체인 화이자가 신약 개발 실패로 인해 주가 급락 및 감원의 후폭풍에 휘말렸다. 블룸버그통신 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는 심혈관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톨세트라핍(Torcetrapib)' 임상 실험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화이자의 제프리 킨들러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톨세트라핍 임상 실험 과정에서 환자들의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며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 실험을 중단하고 미 식품의약국(FDA)에 이 같은 사실을 즉각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화이자의 주가가 최대 25% 폭락하고, 감원 규모도 당초 2,200명에서 전체인력의 10%에 해당하는 1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화이자가 차세대 수익원으로 내세웠던 톨세트라핍은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치를 높여 심혈관 계통 질환의 위험도를 줄여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화이자로서는 현재 연간 130억달러(약 12조원)의 매출을 안겨주는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의 특허보호 기간이 오는 2010년에 만료되기 때문에 톨세트라핍의 임상 실험에 8억달러(약 7,400억원)를 투자하는 등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당초 내년 하반기 시판 예정이었던 톨세트라핍은 매년 200억달러(약 18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지난 2004년부터 심혈관 계통 환자를 대상으로 시작된 임상 실험 결과 톨세트라핍과 리피토를 함께 복용한 환자 7,500명 가운데 8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리피토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사망한 환자가 7,500명 중 51명에 불과했다. 클리블랜드 의대 병원의 스티븐 니센 심혈관 담당 팀장은 "리피토는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낮춰주는 효과만 있어 HDL을 높여주는 톨세트라핍 개발에 기대가 많았다"며 "이번 결과가 몹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화이자의 주가 급락 및 감원 규모 확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약 27달러인 화이자의 주가가 25% 가까이 빠져 20달러 아래로 내려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모닝스타의 히더 브릴리언트 애널리스트는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머크의 주가가 진통제인 바이옥스의 부작용 스캔들로 단기간에 27%나 급락한 바 있다"며 "리피토의 특허 기간이 끝나가는 마당에 톨세트라핍 개발마저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은 화이자의 최대 타격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이체방크의 바바라 라이언 애널리스트는 "톨세트라핍의 실패로 감원 규모가 전체 인원의 10% 수준인 1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약업체들은 소수 인기 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화이자의 비용 절감 노력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화이자는 연말까지 미국 내 영업직 2,200명을 감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