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돈, 안전한 곳으로만 몰린다

시중자금 동향「묻지마 안전이 최고」 금융권 2차 구조조정 등 경제불안요인이 가시화되자 시중자금이 우량 금융기관 및 안전한 상품쪽으로 급속히 몰리고 있다. 증시침체등의 영향으로 은행권 및 투신사의 실적배당 상품에서 무더기 원금손실이 발생하면서 은행 정기예금등 저축성상품에는 금리를 내려도 돈이 몰리는 반면, 신탁상품 수탁고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하반기 채권시가평가제 실시와 예금 부분보장제도의 내년 시행등을 앞두고 우량 금융기관 및 상품으로의 자금대이동이 일어나면서 부실기관은 더이상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동안 말로만 나돌던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 실제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 정기예금 「밀물」 실적상품은 「썰물」= 지난 8일 현재 은행 정기예금등 저축성상품 잔액은 총 314조6,017억원으로 올들어서만 무려 38조1,62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에만 12조원 이상이 증가한 것을 비롯 매달 10조원안팎씩 자금이 몰려들었다. 이는 지난해 전체증가액의 60%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반면 은행 금전신탁은 총 102조7,393억원으로 올들어 15조1,160억원이나 줄었고 투신사 공사채형 수익증권에선 무려 40조6,534억원이나 빠져나가 87조2,394억원까지 급감했다. 종금사들의 수신상품인 발행어음에서도 올들어 2조8,138억원이나 빠져나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과 투신사의 실적배당 상품에서 무더기로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고객들이 안전한 은행예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졌다』며 『최근 돈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않아 금리를 낮추는데도 이같은 추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우량기관으로만 자금이 몰린다= 시중자금이 안전한 은행 저축성예금으로 몰리고는 있지만 뚜렷한 지향점은 역시 「우량은행」들이다. 은행권으로 흘러드는 자금이 기본적으로 안정성을 중시하는 만큼 좀더 「안전한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다. 이를 반영 주택은행의 은행계정 수신이 올들어 지난 15일까지 7조5,818억원이나 증가한 것을 비롯 국민은행도 같은기간 동안 5조7,745억원 늘어 다른 대형은행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신한(2조9,867억원)·한미(1조6,425억원)은행등도 지점등 영업망의 열세를 감안하면 대형은행들에 뒤지지 않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종금사등 2금융권도 마찬가지. 종금사들의 경우 경수종금을 인수한 리젠트종금이 나라종금 영업정지 이후 3,500억원대의 수신증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 한불·중앙종금등의 수신회복세가 두드러진 반면 나머지 회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용금고도 상대적으로 우량한 서울지역 대형금고들은 수신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소규모 지방금고들은 고객이탈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제 서울지역 금고는 올들어 수신이 1조3,000억원 안팎 증가한 반면 지방에선 2조3,000억원대의 돈이 빠져 나갔다.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 가속화= 시장전문가들은 시중자금의 이같은 「안전선호」 경향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분간 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적은데다 실적배당 상품에서 「쓴맛」을 본 고객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 금융권 2차 구조조정이 가시화하고 있는데다 채권시가평가제 및 예금 부분보호 제도등을 앞두고 고객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이를반영 금융연구권은 최근 분석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시중자금이 우량 금융기관을 향해 급격히 이동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부실기관들은 더이상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진우기자RAIN@SED.CO.KR 우승호기자DERRIDA@SED.CO.KR 입력시간 2000/05/18 19:3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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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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