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검사에서 대통령-재판관의 신분으로'
이번 탄핵심판 심리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과거에 인연을 맺은 이들이 탄핵심판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화제가 됐는데 단연 주심을 맡은 주선회 재판관이 관심 대상으로 부각됐다.
87년 노무현 당시 인권변호사를 구속한 부장검사로서 `상견례'를 가졌던 그가 이번에는 대통령직을 옥죌 수 있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두번째 만남을 가진 것.
노 대통령은 87년 9월 대우조선 노동자인 이석규씨 분신 당시 보상 및 시체부검문제와 관련, 제3자 개입 혐의로 구속됐고 변호사 업무도 정지당했는데 이때 구속영장 청구를 지휘했던 부산지검 공안부장이 주 재판관이었다.
당시 검찰은 시위 현장마다 모습을 나타내며 눈엣가시같은 존재였던 노 대통령구속을 위해 세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하룻밤새 세 차례 당직 판사와 법원장자택을 찾아다니며 영장을 청구하는 의욕을 보였던 것.
이후 그는 대검 감찰부장.공안보장 등 요직을 거쳐 2000년 법무연수원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가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천에 따라 헌재 재판관으로 임명됐다.
탄핵심리를 주도하는 주심 역할을 맡아 난처할 수도 있었던 주 재판관은 노 대통령과의 기묘한 인연에 대해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을 뿐 별다른 소회 표현없이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마지막 공안부장을 지낸 주 재판관은 검찰 재직시 `안강민-최병국-주선회'로 이어지는 `공안통' 인맥에 속했다. 제5기 한총련 간부 전원에게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죄를 적용, 한총련 해체작업을 주도했으며 오익제 편지사건 등 민감한 공안사건을 많이 맡았다.
헌재 재판관 취임 후 그는 작년 11월 노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발언과 관련,이만섭 전 국회의장 등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발언은 정치적 준비행위 내지 계획의 표명에 불과하므로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다"며 각하 의견을 낸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