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과거 국가기관이 저지른 인권침해와 불법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을 주문하자 검찰과 경찰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70∼80년대 군부독재 체제 아래 민주화운동세력을 억눌렀던 `과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검.경은 일단 자신들의 과거사에 대해선 유보적 입장을 취하며 노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대통령 발언의 취지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무부가 나서서 어떤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추후 국회의 논의과정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경은 특히 국가정보원이 발빠르게 위원회 구성 및 자체 조사 방침을 결정하자 부담스러워하며 어떤 범위내에서 보조를 맞춰야 할 것인지 넣고 다른 부처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입장이다.
경찰은 과거사 규명 문제와 관련, "고백할 일이 있으면 고백해야겠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히 고백할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기문 경찰청장은 16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과거사 문제에 경찰이 특별히 관련된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위원회 구성 등의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청장은 "경찰은 다른 국가기관과 달리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된 조직"이라며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 외에 경찰이 특별히 규명해야 할 사건은 없는 것으로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한 간부는 "정치권에서 논의되던 과거사 문제를 모든 국가기관으로 확대해 논의하자고 하니 당혹스럽다"며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가야겠지만 그렇게 인위적인 정리방법이 현시대에 통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안승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