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외화 유출 촉진이 최선인가

정부가 오는 7월부터 100만원 이하의 외화환전에 대해 실명확인을 하지 않기로 하는 데 이어 법인과 개인사업자의 해외투자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의 ‘자본유입촉진ㆍ유출제한’ 정책에서 유출확대 쪽으로 정책을 선회하는 것이다. 정부가 외환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은 무역흑자 지속 등으로 보유외환이 계속 늘어 환율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 외환을 쌓아두기보다는 활용하는 것이 국부확대 등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외화부족에 시달렸던 저간의 실정을 감안하면 여간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우리의 경제실력에 맞지 않는 지나친 자본자유화와 해외투자촉진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과거 김영삼 정부는 ‘세계화’를 내걸어 개인들의 해외여행과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마치 국제화인양 부추김으로써 결국 나라곳간을 비게 했다. 다행히 국제통화기금(IMF) 관리로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 지금은 외화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지만 지난해 개인들의 외화송금이 100억달러를 넘는 등 유출규모가 커지고 그 속도도 다시 빨라지고 있다. 외환위기 전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해찬 총리는 현재 추세를 감안하면 300억~500억달러 정도의 외환이 넘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적정한 외환보유고에 대해서는 시대와 나라마다 다르고, 특히 우리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다. 관계당국은 적정한 외환수준에 대해 자기주장만 펼 게 아니라 서로 머리를 맞대고 적정한 외환규모를 산출한 후 생산적인 활용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개인들의 해외송금이 교육ㆍ의료 등 낮은 서비스에서 비롯된 만큼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 비생산적인 유출을 막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기계획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해외여행이 갈수록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에 종합리조트단지나 숙박시설을 지어 외화가 다시 유입될 수 있는 대책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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