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언제까지 자원개발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인가


"해외자원개발이라는 것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과 같습니다. 한 발만 삐끗하면 교도소 안으로 떨어지지요."

몇 년 전 자원개발을 담당하는 정부부처 공무원에게 들은 얘기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자원개발 분야 공·사기업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자원개발이라는 것이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자되다 보니 이들은 감사원·검찰의 단골 조사 대상이다. 특히 정권이 바뀌면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전 정권의 자원개발을 뒤진다. 뭔가 여기서 전 정권의 큰 비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금 해외자원개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가 이명박 정부 등 전 정부의 각종 무리한 해외자원개발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사실 야당이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를 주장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세 가지 중 자원외교만 국정조사를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4대강 국정조사는 전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권으로서도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방산비리 국조의 경우 자칫 우리 방위산업의 각종 기밀을 노출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여론이 '정치권이 너무 정략적으로 국방·안보 문제를 이용한다'는 방향으로 흐를 경우 야당으로서도 아니한 것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남은 것이 자원외교 국조뿐이라는 말이 많았고 결과도 그렇게 됐다.

글로벌 저유가라는 시장 상황 역시 자원외교 국조의 한 배경이 됐다. 이처럼 유가가 떨어지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무엇 하러 천문학적인 금액을 자원개발에 투자했느냐는 상황 인식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피장파장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가 무리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주개발 목표치를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성공과 결부시켰다. 그래서 목표치를 정해놓고 밀어붙였다. 과거 탐사광구 위주의 인수전략도 개발광구, 혹은 개발광구를 갖고 있는 자원기업 인수합병으로 바꿨다. 탐사광구를 인수해봤자 언제 결과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이미 개발에 성공한 유전을 사기로 한 것이다.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건이 그런 사례다. 해외자원개발 부실의 대명사 격인 하베스트 자회사 '날(NARL)'을 인수하게 된 것도 그런 조급함의 산물이었다. 자주개발율 목표를 정해놓다 보니 정해진 시한까지 하베스트사를 반드시 인수해야만 했고 그러다 보니 자회사 날까지 인수하라는 그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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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자원개발 때리기' 역시 피장파장이다. 같은 여권이라도 전 정부에 대한 감정적 앙금이 전 정부의 핵심사업인 자원개발에 대한 부정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 들어 '자원개발'이라는 단어는 마치 금기어처럼 경원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 정부 들어 해외자원개발 투자 실적은 거의 '제로' 수준이다. 공기업 부채 감축 차원에서 진행되는 자원 공기업들의 자산매각 역시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자주개발율처럼 목표치를 정해놓고 연말까지 맞추라고 하니 헐값에 내다 팔 수밖에 없다. 유가가 가장 비쌀 때 샀던 해외광구나 자원기업들을 쌀 때 억지로 팔아야만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다.

언제까지 저유가가 지속할지도 의문이다. 최근 저유가의 원인으로 셰일가스와의 주도권 경쟁이 부각되고 있지만 국제정치적으로는 러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카드라는 분석도 많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경제봉쇄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폭락으로 석유수입마저 급감해 국가부도 위기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자원투자 중단은 경쟁력하락 지름길

따라서 미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일정 정도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면 이후 국제유가도 다시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유가가 50달러대(57달러)를 보이고 있지만 최신 자료(에너지 인텔리전스 파이낸스, 2014년 12월10일)에 따르면 북미 지역 석유회사 경영진과 투자자의 80%는 장기유가 전망을 80달러 이상의 수준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자동차·조선·철강 등의 주력산업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에너지 집약적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필요한 에너지원의 90% 이상은 해외에서 수입한다. 자원개발 투자에 거품이 있었고 실패가 있었다면 면밀히 따지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자원개발 자체를 '범죄시'하고 신규 투자를 중단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근원적 경쟁력을 갉아먹는 지름길이다.

안의식 정치부장 miracl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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