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낸드플래시 시장에 또 '애플發 먹구름'

반도체업계 가격폭락 악몽 재연 가능성<br>2006년 애플 주문량 하락으로 낸드 가격 70% 내려<br>삼성전자등 올 생산 늘리기로 해 공급과잉 지속될듯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마법 약발이 떨어지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에도 검은 먹구름이 끼고 있다. D램 가격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조짐을 보이며 한숨 돌리려는 찰나에 불거진 애플의 실적 둔화는 국내 반도체 업계 전반에 또 다른 악재다. 가뜩이나 공급과잉에 몸살을 앓고 있는 낸드 플래시 시장으로선 ‘애플발 위기’가 현실화되면 상당 기간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전자, 도시바, 하이닉스 등 주요 낸드 플래시업체마다 올해 생산량을 크게 늘일 계획인 반면 고용량 낸드 플래시를 탑재하는 애플 아이폰의 차기작 출시가 올 봄에서 늦여름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 상반기 내내 낸드 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애플 너마저”=지난 15일 개막한 애플의 전략발표회인 ‘맥월드 2008’이 아이팟, 아이폰처럼 새로운 성장동력 제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끝난 뒤 공개된 애플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기대에 못한 채 초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력제품인 아이팟의 매출 증가세는 4분기 연속 둔화됐다. 지난해 1분기 50%였던 아이팟 매출 증가율은 2분기 24%, 3분기 21%에서 4분기에는 17%로 떨어졌다. 스티브 빅스 잭스투자연구소 애널리스트는 “아이팟 매출의 상당부분이 새로운 고객보다는 기존 고객의 업그레이드에서 발생,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아이폰 역시 재고가 심각한 수준. 애플은 올 1월중순까지 40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내 아이폰 독점 통신사인 AT&T는 아이폰을 통한 이동전화 가입자수가 200만명이라고 공개했다. 지난해말 영국, 독일, 프랑스에서 아이폰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가입자수가 40만명도 안 되고 아이폰의 소프트웨어를 해킹해 사용하고 있는 고객을 감안하더라도 70만대 가량이 재고로 쌓여 있을 거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어게인 2006(?)’=애플의 실적둔화는 낸드 플래시업체들에 2006년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지난 2006년초 애플이 아이팟 판매 둔화로 낸드플래시 주문량을 줄인 뒤 하반기 아이팟 나노를 출시할 때까지 낸드플래시 가격은 1월부터 9월까지 3분기동안 무려 70%나 폭락했다. 애플은 당시 월 평균 300만개에 달했던 주문량을 150만개로 크게 낮췄고 낸드 플래시 시장은 현기증 나는 가격 폭락을 감내해야 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이 올해 낸드 플래시 생산비중을 늘리기 위한 점도 악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만 올해 7조원을 투자, 낸드 플래시의 경우 40나노미터(㎚)급 공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하이닉스 역시 올 6월로 예정됐던 청주공장의 12인치 라인을 3월부터 조기 가동, 40㎚급 공정을 적용한 낸드 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양산할 계획이다. 낸드 플래시 2위업체인 일본 도시바는 올해 생산량을 2배로 늘려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며 올인하고 있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업체마다 낸드 플래시 생산설비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어 D램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걱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앨런 니벨 웹-피트 리서치사 대표는 “현재 낸드 플래시 시장이 공급과잉 상태이며 올 상반기 내내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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