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남한도 조국… 귀순·망명 아니다”/황장엽 일문일답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비서는 20일 서울공항에 도착, 성명을 발표한 뒤 『전쟁을 막고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건강상태는 어떤가. 가장 생각나는 게 있다면. ▲여러분들이 세심히 보살펴 주셨기 때문에 건강상태는 매우 좋다. 지금 서울에 도착한 내 마음은 한마디로 감개무량하다. 여기에 올 때까지 두 달 남짓한 동안 유일한 목표는 서울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도착해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니 내가 늙은 몸으로 어떻게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이바지하고 죽을 것인가 걱정이 된다. 여러분들이 잘 도와주기 바란다. ­중국과 필리핀에서 어떻게 지냈나. 서울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중국에서 한 달 남짓 있었고 필리핀에서도 한 달 남짓 있었다.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제기됐으나 우리 정부에서 세심히 보살펴주어 불편없이 지내왔다. 앞으로 전쟁을 막고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바치겠다. ­당신의 서울행에 대해 정치적 망명이냐, 남북통일을 위한 협상자로 온 것이냐 논란이 있는데. ▲(질문 의도를) 똑똑히 모르겠지만 갈라진 조국의 어느 한 부분만을 내 조국으로 생각한 일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누가 (나의 한국행을 두고) 「망명이다」 「귀순이다」 라고 말하는 것은 나하곤 관계 없다. 북쪽에 있다가 일을 잘 못해서 사태를 바로잡지 못하고 이렇게 오게된 것이 참 부끄러운 일이지만 갈라진 조국의 한 땅도 내 조국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한국행은) 남쪽 형제들과 힘을 합쳐 빨리 조국의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것이다. ­통일에 어떻게든 이바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는데 선생님의 망명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나. ▲어떤 영향이 미치겠는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내가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 않겠나. ◎황장엽씨 서울도착 성명 전문 나는 갈라진 조국의 북을 떠나 남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북조선은 사회주의와 현대판 봉건주의, 군국주의가 뒤섞인 기형적 체제로 변질되었으며 경제는 전반적으로 마비상태에 들어가고 있다. 인민들은 기아에 신음하고 있으며 북조선 당국은 드디어 국제사회에 구원의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오늘 남북한의 대립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간의 대립이 아니라 봉건독재와 자유민주주의의 대립이며, 전쟁과 평화의 대립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북조선 당국은 남북간의 대립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대립으로 규정하고 남한을 계급적 원수로 간주하면서 남조선 해방의 기치밑에 무력통일 방침을 정당화하려고 모든 힘을 다하고 있다. 이 모든 조성된 엄중한 사태를 놓고 수 십년간 신임받으며 지내온 북조선 당국의 고위간부로서, 내외에 많은 벗을 가지고 있는 학자로서, 사랑하는 가족과 많은 친우를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서, 고민은 비길데 없이 심각하였다. 그러나 모든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다 합쳐도 7천만 우리민족의 생사운명과 바꿀 수 없다는 양심의 명령을 어길 수 없었다. 출로는 오직 남쪽 형제들과 손잡고 전쟁을 막아보는 길밖에 없다고 확신하게 되어 대한민국으로 오게 되었다. 이 기회에 북조선 당국이 남조선 혁명로선을 버리고 헐벗고 굶주리는 주민들을 기아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개혁 개방의 길로 나서줄 것을 호소하는 바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