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동필 장관 연내 쌀 관세화 결단 실언인가

정부가 고율관세 부과를 조건으로 쌀 시장을 개방하는 쌀 관세화 결단을 미루고 있다. 진작부터 쌀 시장 개방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어정쩡한 자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0월 쌀 관세화 문제를 연내에 결론을 내겠다고 했지만 해가 다 가도록 공론화 작업조차 착수하지 못했다.


쌀 관세화 유예기간은 오는 2014년 말까지이지만 개방 여부를 내년 9월 말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해야 한다. 선택의 시한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 관세화를 유예화한 뒤 2004년 다시 한번 시장 개방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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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유야무야됐지만 정부는 이미 2011년에 조기 시장 개방 카드를 꺼낼 정도로 관세화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연간 수백억원의 재고 관리비용도 문제거니와 수급 불균형과 이에 따른 쌀값 하락의 부작용 때문이다. 관세화 유예 마지막 연도인 내년도 의무수입물량은 41만톤으로 전체 쌀 소비량의 10%에 이른다. 만약 이번에도 결단을 미루고 3차 유예한다면 의무수입물량은 그간 협상 전례에 비춰 현재보다 2배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억지로 시장 개방을 미룬 대가치고는 비용이 너무 크다. 현실적으로 세 번씩이나 관세화 유예조치를 인정받기도 어렵다. 필리핀은 의무수입물량을 2.3배 늘리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관세화 유예에 사실상 실패했다. 설령 개방 연기를 관철한다고 해도 연간 소비량의 20%를 무조건 수입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쌀 시장 개방은 뜨거운 감자이기는 하다. 농민의 반발은 물론 국민적 정서 또한 무시 못한다. 식량 안보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럴수록 정공법으로 대처해야 한다. 쌀 개방으로 인한 관세율은 400% 수준이라 수입쌀이 국내에서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사정을 모를 턱이 없는 농림당국이 팔짱을 낀 채 눈치만 보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이 장관의 연내 결단 약속은 또 뭐란 말인가.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겠다는 의구심도 든다. 하지만 그땐 너무 늦다. 중차대한 사안을 고작 3개월 공론화한다면 더 큰 화를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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