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벤처캐피털‘우선손실충당제도’ 폐지요구

벤처캐피털업계가 수익성 개선 및 투자 활성화를 위해 우선손실충당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16일 업계와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국내 60여개 창투사들은 최근 벤처캐피탈협회를 통해 ‘우선손실충당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중기청에 제출했다. 협회는 69개 회원사를 상대로 규제 개선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그동안 낡은 관행으로 유지돼 왔던 ‘우선손실충당제도’를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규제로 꼽은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손실충당제도란 벤처투자 조합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위탁운용사(GPㆍGeneral Partner)인 벤처캐피털(VC)이 유한책임투자자(LPㆍLimited Partner)에 앞서 손실을 먼저 떠안는 것으로, 벤처캐피털업계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이 제도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일부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벤처캐피털을 상대로 20~30%의 우선손실충당 비율을 제시하는 등 과도한 요구를 하고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한다면 100억~150억원을 우선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벤처캐피털로선 그만큼 부담이 커지기 마련이다. 통상 연기금 등은 벤처투자조합의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때 10% 안팎의 우선손실충당금을 요구해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대형 투자자들이 투자손실을 줄이기 위해 과도한 충당금을 요구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용하고 있다”며 “해도 너무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업체들 사이에 충당제도를 폐지하자는 분위기가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이상복 전무는 “솔직히 대형 LP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면 어느 업체가 폐지에 찬성하지 않겠냐”며 “이 제도로 인해 출자자가 최소한의 보호를 받는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로 펀드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청은 일단 우선손실충당제도가 오래된 관행에 따른 것일 뿐더러‘사모펀드 시장의 본질’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선진국 등에서는 오래 전에 폐지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폐지하는 게 옳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민간부문의 계약에 대해 정부가 나서 폐지하라고 강제하기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규에 의한 것이 아니라 관행적으로 유지됐던 제도인 탓에 근거 조항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영태 중기청 벤처투자과장은 “벤처캐피털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하반기중 정부의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라며 “원칙적으로 시장상황에 맞지 않는 낡은 관행으로 보고 있지만 존폐 여부는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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