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기 터널 끝 보이지만… 달러·유가가 발목 잡을수도

■ 살아나는 경기지표…하반기 선순환 이어질까<br>거시 경제지표·산업생산 등 완연한 개선기미 불구<br>원화가치 상승·유가급등 우려로 낙관적 전망 못해<br>정부, 다음달부터 '위기 후 재도약' 플랜 가동키로



경기동행지수 두달 연속 상승, 지난 4월 산업생산ㆍ소비 동반 상승. 우리 경제를 둘러싼 공식 성적표다. 환율 하락으로 흑자폭이 줄기는 했지만 4월 경상수지도 42억8,000만달러로 세달째 흑자를 이어갔다. 성적표만을 두고 본다면 우리 경제는 경기회복의 열차에 오른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 개선이 하반기 경기 선순환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이은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의 경제 외적인 악재에다 달러화의 추세적인 하락(원화강세), 유가 등 원자재가 급등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는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와 같이 ‘V’자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회복속도가 느리더라도 지속적으로 회복될지 아니면 또 한번 침체될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1학기 성적표가 좋다고 성적이 계속 좋아진다고 장담하지는 못하겠다는 의미다. ◇터널 끝의 빛은 보인다=‘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올해 말쯤 글로벌 경기침체가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대표적인 비관론자가 꺼낸 낙관론은 경기회복의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한다. 실제 한국의 거시 경제지표는 이미 바닥을 확인하고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4월 산업경제활동’은 지표상 반등만이 아닌 실물경제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4월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2.6% 늘었고 3월에 감소(-1%)했던 서비스업 생산도 한달 만에 증가세(2.7%)로 돌아섰다. 제조업 가동률도 1월 72.9로 바닥을 찍은 후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93.3까지 올라왔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135.1까지 올라갔던 재고지수도 5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 이후 어느 정도의 재고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수치다. 실제 산업현장은 늦봄을 맞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80%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공장 가동률이 95%선까지 올랐고 1월 최악의 판매량을 기록했던 완성차 업체도 5월 판매량이 전달보다 53% 이상 늘어났다. ◇경기 선순환의 핵심고리는 달러와 유가=경제지표들의 개선은 분명하지만 정부는 물론 민간 부문에서도 쉽게 경기 낙관론을 펼치지는 못한다. 북핵, 국내 정치ㆍ사회 불안 등 경제 외적인 변수와 함께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달러화는 원화가치를 상승시키며 우리 경제의 한 축인 수출경쟁력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유가 급등은 환율효과로 그나마 3%대에서 안정세를 찾고 있는 물가를 흔들며 내수경기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70달러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원유수입가 상승으로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줄어드는 등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루비니 교수도 “내년 말까지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하면 이중침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며 글로벌 경기회복의 최대 걸림돌로 유가를 꼽았다. ‘달러의 몰락’은 글로벌 안전자산이 이머징마켓으로 흡수된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환율이 급락하고 일본의 경기회복 지연으로 엔화약세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국내 수출경쟁력은 급속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수출감소는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시 경제지표가 착각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을 제외한 설비투자 감소세로 내수 침체가 지속될 경우 국내 잠재성장률은 2%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추경 효과와 환율효과를 제외할 경우 성장률과 수출도 회복을 말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정부 ‘위기 후 대응 플랜(Exit Plan)’ 가동 준비=정부는 올해 말 정책기조를 ‘위기 이후 재도약’으로 정하고 오는 7월부터 엑시트 플랜을 가동할 예정이다.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위기 대응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위기상황과 달라진 변수들에 초점을 맞춘 정책 대응을 펼친다는 것이다. 정부의 하반기 정책 기조는 이달 말 열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 간의 3차 민관합동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이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엑시트 플랜에는 기업 구조조정 추진과 노동시장 유연화, 서비스 선진화 등 중장기 구조개선 과제와 함께 달러 하락에 따른 수출경제 상황 점검 및 대응, 유가 상승에 따른 내수시장 대응 등의 방안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연내 경기회복을 말하기는 이르다”며 “하반기 정책기조도 위기 대응이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기존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 선진화 등 중장기 개선 과제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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