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IMF(국제통화기금) 체제 기간동안 국내 기업들이 자생력 확보를 위해 펼친 구조조정과 기술개발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면서 세계 시장을 놓고 거대 외국기업과 동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전문가들은 『미국, 유럽, 일본 3개 축으로 형성됐던 과거의 실물경제 구도가 최근 한국 기업의 기술력 및 마케팅력 강화로 4개 축으로 형성돼 가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반도체, 정보통신, 철강 분야에서는 한국의 기술력이 세계 수준으로 올라서 한국이 글로벌 경영을 위한 해외 기업들의 전략적 제휴 주요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동등한 위상을 구축했다= 해외 기업들과 국내 기업 간에 이뤄지는 글로벌 제휴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동등한 위상과 자격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통상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의 제휴는 기술력 및 마케팅력 차이로 국내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불평등한 조건을 감수해야하는 관계였다』며 『하지만 최근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의 기술 격차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서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에게 기술이나 자금, 마케팅력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관계가 아니라 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는 동등한 관계가 형성됐다는 이야기다.
차세대 정보통신 기기인 IMT_2000의 경우 독일 시멘스는 장비분야를 담당하고 삼성전자는 단말기를 담당하는 역할 분담으로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의 스프린트사 역시 삼성전자와의 제휴를 통해 자사의 IMT-2000장비에 대한 성능 실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밖에 TFT-LCD의 경우 타이완 컴퓨터 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대전자의 TFT-LCD분야에 자본을 제휴하려는 것이나 미국의 애플과 델사가 안정적인 공급원 확보차원에서 삼성전자에 자본을 투자한 것 등도 글로벌 제휴에 따른 역할분담의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제휴 더욱 늘어난다= 글로벌 제휴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휴대폰, 반도체, TFT-LCD 등 첨단 분야.
이들 분야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여타 미국, 일본 등의 기업과 치열한 경합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양측이 시장장악을 위해 경합한다는 것은 출혈경쟁을 유발시킬 수 밖에 없어 공존을 위한 제휴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기술 수준의 발달로 개별 기업단위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갖추려면 기하급수적인 투자자금이 들어가야 한다』며 『결국 무한 경쟁에 따른 경합대상 모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각의 특장점을 살릴 수 있는 「윈-윈」 전략이 선택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정보통신, 전자뿐 아니라 자동차, 철강, 항공운송 등에서도 해외기업과의 제휴가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인터넷, 유화 등 여타 분야로도 글로벌 제휴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형기기자K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