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이란 5월이 됐지만 한국경제와 경영자에겐 잔인한 달이 되지 않을 까 걱정이다. 북한 핵의 불확실성과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충격 등으로 인한 수출 부진 및 내수침체로 경영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에 반해 노동계가 새 정부의 친 노동계 성향을 타고 올 춘투(春鬪)에선 어느 때 보다 강공을 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 파업사태와 철도노사협상과정에서 노조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면서 노동계의 입지는 날로 강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속노조 소속의 기업에선 산별 교섭을 수용하는 자세로 난국을 타개하려 하고 있으나 전망은 그렇게 밝은 편이 아니다. 63일 동안이란 장기파업에 시달렸던 두산중공업은 그 때의 후유증 때문에 아직도 임금협상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이른바 `50견` 의 직업병인정 등을 요구하며 강공을 예고하고 있다.
철도노조와의 협상에서 노조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반영된 후 철도산업의 민영화도 물 건너 갔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박봉흠 기획예산처장관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은 달라진 여건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정부에서 추진됐던 공공부문의 개혁이 새 정부 들어 퇴색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흐름이 이처럼 노조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자 노조의 요구도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는 임금단체협상에서 임금인상과 주 40시간 근무에 이어 해외공장 신설 및 증설 시 노조와 협의를 하고 이사회에 노조추천 사외이사 포함 등의 경영권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권과 함께 경영권도 보장 돼야 한다는 원칙이 무너져 내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인사 등 노조의 경영참여 요구가 앞으로 노조운동의 한 흐름이 되면서 노사분규도 급증하고 있다. 금년 들어 5월말 현재 노사분규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나 늘어났다. 가뜩이나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조가 지금과 같은 호기를 놓치지 않고 노동자의 권리만 확보하려 들 경우 경영은 그만큼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북한 핵 문제와 사스가 아니더라도 경기위축은 이미 구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노사분규까지 겹치면 경영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어려운 때 일수록 노사협력으로 이를 돌파해 나가야 하는데 불행히도 현상황은 이와 거리가 멀다. 노사는 현재의 경제상황이 환란이후 최대위기라는 인식 아래 5월을 춘투의 달이 아닌 화합의 달로 만들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