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시시 일성 "일하자"… 경제재건 성공할까

■ 이집트 3년만에 다시 군부 집권

"경제 회복 최우선" 내걸어 각종 보조금 개혁 예고

과반 못미친 저조한 투표율 정통성… 논란 숙제로 남아


아랍의 봄 이후 요동치던 이집트의 정세가 압둘 팟타흐 시시 새 대통령의 집권으로 안정을 찾을지 주목되고 있다. 그는 경제회복을 가장 우선순위에 둘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해 7월 쿠데타 이후 이집트 증시가 60% 이상 상승한 것도 이 같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3일(현지시간) 당선이 확정된 직후 시시는 첫 연설에서 "이제는 이집트 재건을 위해 일해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반에도 미치지 못한 투표율이 보여주듯 쿠데타에 따른 정치적 정통성 문제는 임기 내내 그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을 축출한 쿠데타의 주역인 시시의 당선은 이집트 국민들이 지난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의 퇴진 후 지속된 혼란으로 인해 안정을 택한 결과로 해석된다. 시시가 3월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 이미 당선은 확실시된 것으로 여겨졌다. 카이로 시민 라팟 아메드는 시시의 당선에 대해 로이터통신에 "안정성과 안전을 위해서라면 정치적 자유에 대한 타협도 가능하다"며 "안전 없는 자유가 소용이 있느냐"고 소감을 밝혔다.

새로 출범하는 시시 정권은 경제회복을 통한 안정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당선 후 첫 대국민 연설에서 "이집트 재건을 위해 일해야 할 때"라며 근로를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이집트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계속된 혼란에 국가의 주수입인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경기침체가 이어져 실업률이 13.4%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는 식품과 에너지 등 각종 보조금으로 인한 재정적자도 심각하다.


시시는 선거 기간에 전반적인 경제정책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텔레비전 인터뷰 등을 통해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암시한 바 있다. 특히 무바라크 정권이 추구했던 시장친화적 개방 정책과는 거리를 둘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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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내년에 1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에너지 보조금 개혁은 시시 정권의 경제정책이 성공할지를 가늠할 첫 실마리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시시는 선거 유세 기간 보조금 제도의 전면 대수술을 예고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투자자들은 시시 정권에 에너지 보조금 전면 폐지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조금이 줄거나 폐지되면 그만큼 물가상승이 불가피해 국민적 저항이 예상된다.

시시 정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은 일단 낙관적인 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로 출범할 정권이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최근 몇 달간 이집트 증시와 사업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가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7월 무르시가 축출된 이래 이집트 증시는 60% 이상 올랐고 이집트의 아라비안시멘트는 지난달 기업공개(IPO)를 통해 1억1,000만달러를 조달하기도 했다. 이는 2010년 이후 첫 IPO다.

이집트 군부를 지지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걸프 국가들도 지원에 나섰다. 압둘라 사우디 국왕은 이날 축하 성명을 발표하면서 "여러 나라를 초청해 이집트 지원을 위한 국제회의를 주최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원책으로 이집트 국채 보증 혹은 서방 국가들이 보증한 이집트 국채의 매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집트에 대한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이들 국가에 20억달러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절반에 못 미친 투표율은 아직 상당수 이집트 국민들이 시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길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무르시가 대통령에 당선된 2012년 대선 결선 투표율은 52%를 나타냈었다.

이집트 군부는 높은 투표율을 통해 군부 쿠데타로 집권했다는 정통성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를 여러 차례 드러내왔다. 이 때문에 당초 26~27일로 예정됐던 투표 기간을 하루 연장하면서까지 투표율 늘리기에 안간힘을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의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하면서 시시는 출발부터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또 시시의 집권이 군부독재의 회귀 가능성을 키울 여지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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