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안공혁 회장] 의리·인정 넘치는 '외유내강형'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안공혁 회장과의 인연은 지난 70년대 초 재무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안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수재답게 정확한 상황판단과 강한 추진력, 동료와 후배들에 대한 끈끈한 의리, 인정미 넘치면서도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태도 등 ‘외유내강’의 전형을 보이면서 나를 비롯한 후배에게는 알게 모르게 ‘존경받는 선배’로 각인돼 있었다.
특히 법학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 분야를 비롯해 각 분야의 폭 넓고 해박한 전문지식으로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업무의 시종(始終)이 분명했고 리더십 또한 탁월해 어느 자리에서건 그의 판단과 행동에 의문을 갖는 경우가 좀처럼 없었던 것 같다.
안 회장은 산을 좋아해 지금도 재경부 내 최고 인기 동아리인 산악회 탄생에 산파역을 했다.
그만큼 등산과 관련된 추억도 많은데, 안 회장은 증권보험국장 시절이던 81년 한겨울 혹한(酷寒)에 35명의 회원을 인솔하고 얼어붙은 치악산을 등반한 적이 있었다.
산이 험하고 게다가 며칠 전 내린 눈으로 산 전체는 온통 두터운 눈으로 덮여 있었다. 산행 초반에는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 얼굴을 강타했지만 대원들은 주위 경관에 황홀해했다.
그러나 산행 후반 하산길에서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무릎까지 쌓인 눈 속에서 결국 길을 잃고 만 것이다.
대원 모두가 두어 시간 동안 헤매다 보니 피로와 추위로 탈진했고 더 이상은 못 가겠으니 눈 속에서 자고 가겠다며 드러누운 대원 때문에 대열이 흐트러졌다. 당시 산악회장인 안 회장이 나서 침착하게 대원들의 동요를 진정시키고 맨 앞에서 진두지휘해 무사히 하산시키던 모습에서 리더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안 회장은 덕으로 조직을 이끌었으며 어려울 때는 침착함과 지혜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능력 또한 탁월했다.
현재 손해보험업계는 금융권 전반의 영역조정과 관련해 전환점에 직면하고 있다. 업계 전체가 이를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구심점을 가지고 적재적소의 역량을 최대화해 극복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30여년간 안 회장을 지켜본 나로서는 이제서야 탁월한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할 때가 됐다는 느낌을 갖는다. 안 회장은 분명 몸을 바쳐 손해보험 업계의 앞날을 밝히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줄 것이라 확신한다.
입력시간 : 2004-10-03 1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