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예산안 심의도 부실 우려

새해예산안은 정부가 다음해 1년동안의 나라 살림살이 규모를 미리 산정해서 국회에 제출, 심의를 받아 확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 새해예산안 심의권은 법률제정권과 더불어 국회의 책무 가운데서도 가장 무겁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새해예산안 심의가 제대로 이뤄져 본 적이 거의 없다. 여야간 정쟁의 희생이 되거나 정치논리에 따라 변칙 처리돼 국회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권능을 포기한 탓이다.이번 만큼은 내실있고 제대로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에서 짜여진 예산이다. 여느해 보다도 달라야 한다는 당위(當爲)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임위원회별로 소관부처별 예비심사를 마친결과 벌써부터 우리국회의 병폐인 정치논리가 개입한 대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건설교통·보건복지·문화관광위 등이 특히 그렇다. 이들 상임위는 사회간접자본(SOC)투자확대를 통한 신규고용창출, 저소득층 지원 등의 명목으로 소관부처의 세출예산을 대폭 늘려 정부의 긴축재정 의지를 무색케 했다. 건교위의 경우 정부원안에 무려 8,433억원을 증액시켰다. 여야가 텃밭을 의식, 나눠먹기식 예산증액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행자위의 행정자치부에 대한 예비심사는 국회가 아직도 구태(舊態)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제2 건국운동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회의가 자동유회돼 정부측 원안인 8조8,650억원의 예산안이 의장 직권으로 예결특위에 자동상정된 것이다. 예결특위에서 만큼은 예산안심의가 정치논리에 좌우돼서는 안된다. 지금 여야는 정부의 대북(對北)정책을 둘러싼 안보논쟁·경제청문회·정치인사정·세풍(稅風)사건 등 으로 공방이 한창이다. 특히 야당이 예산안을 볼모로 삼아 정치공세를 펼 경우 예산안 심의는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새해예산안은 어느 부문 하나 경제회복과 관련돼 있지 않은 것이 없다. 이 가운데는 재정투자의 완급(緩急)도 있다. 이를 가리는 것이 예산안 심의다. 새해예산안 심의만은 부실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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