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협정 전략적 기회로 활용하자”/업계 수동적 자세 탈피 규범제정 적극 참여를/비정부기구등 결집 총체적 교섭체계 갖춰야한국기업들이 WTO(세계무역기구)체제 출범에 따른 다자간 협상에서 과거의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협상을 주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김철수 WTO사무차장은 28일 상오 한국무역협회에서 기업인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WTO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라는 주제의 연설에서 이같이 촉구했다. 그는 특히 기업들은 개별사안에 대해 분석하고 입장을 정리해 협상대표로 나가는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다른 선진국 업계처럼 필요할 경우 비정부기구로서 직접 자기주장을 펴는 총체적 통상교섭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차장의 연설내용을 요약한다.<편집자주>
WTO는 발족이후 그 어느 국제기구보다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년간 WTO협정 이행상황을 평가해보면 회원국의 무역법령을 WTO협정과 일치시키는 면에서는 일부 문제점이 있다고 보여지지만 회원국들의 시장개방 약속이행은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이행상의 문제점들은 회원국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해 발생했다기 보다는 방대하고 복잡한 이행의무에 대한 무지 또는 이를 지키는데 따른 기술적인 어려움이나 국내법규를 WTO협정에 일치시키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에 기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은 앞으로 해당 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이를 개선하고 개도국에 대한 기술지원 강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파악된다.
이같은 WTO의 설립후 활동은 지난해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WTO각료회의에서 총결산되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앞으로의 새로운 통상의제는 투자및 경쟁정책과 관련된 작업반의 설치문제와 뇌물공여 및 부패방지 문제, 노동기준 문제 등이다. 이들 문제는 오랜 산고 끝에 WTO에서 논의가 공식화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들 외에 무역과 투자, 무역과 경쟁정책, 투명한 정부조달협정 등의 문제들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루과이 라운드협정이 발효된 후 통상문제의 중심축은 양자에서 다자로, 그리고 문제의 초점이 개별사안에서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것으로 옮겨지는 경향이 있다. 개별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당장의 수출입에 애로를 초래하는 반덤핑이나 원산지 표시문제, 검역문제 등은 심각하게 느껴지지만 WTO에서 논의되는 일들은 먼 훗날의 얘기로 피부에 직접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번 싱가포르 각료회의에서 합의된 정보기술 협정만해도 현재 시장이 6천억달러에 이르고 협정내용에 따라 2000년까지 완전무세가 되면 매년 시장이 15% 이상씩 성장, 1조달러에 이르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가 남보다 앞서 이 협정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산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장기적으로 우리의 교역환경을 새로이 설정하고 산업구조 조정의 문제까지 초래하게 될 다자간 규범제정의 문제에 대한 대응이야말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우리의 과제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어떤 자세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잠재적인 기회를 포착하고 예상되는 어려움을 피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이와관련해 2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첫째는 다자간 규범제정의 문제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대개 내용이 복잡하고 전문적인 것이어서 지속적으로 정보를 입수하고 정확한 분석을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현업이 바빠도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기업이 중장기전략 수립에 반영해야 한다. 전략적인 안목을 가지고 다자간 통상문제를 주의깊게 살펴봐야 하며 정부와 연구기관, 유관단체들도 필요한 정보를 적기에 지속적으로 우리업계에 공급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둘째, 우리업계는 다자간 무역규범 제정과정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앞으로의 다자간 협상에서는 과거 비교적 수동적이었던 자세에서 벗어나 더욱 적극적으로 우리 목소리를 내면서 협상 주도세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해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할 여건은 한결 나아졌으므로 이런 계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업계는 대내적으로 정교한 분석과 입장정리를 해 협상대표로 나가는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대외적으로도 다른 선진국 업계처럼 필요한 경우 비정부기구(NGO)로서 직접 자기 주장을 펴는 총체적 통상교섭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현재 각종 지역무역협정들이 증가추세에 있으나 앞으로도 전세계 무역을 규율하는 다자체제는 WTO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이는 미국, 유럽연합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WTO에 대한 평가나 개도국, 구사회주의 국가들의 WTO체제 편입추세를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대외지향적인 경제정책을 펴야만 하는 우리로서는 WTO 다자간 무역체제를 잘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업계와 정부가 함께 추구해야할 국가의 기본전략이 될 수 밖에 없다.<정리=민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