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소송 대란'
'정부입찰 제한처분 취소' 청구소 51건 달해
건설업체들이 정부의 관급공사 입찰참가 제한조치에 반발해 50건이 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건설업계 사상 초유의 '소송대란'이 발생했다.
11일 국방부ㆍ건설교통부ㆍ조달청 등 7개 정부기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이들 기관은 건설업체들로부터 모두 51건에 달하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입찰참가 제한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소송대란'은 2000년부터 허위실적으로 관급공사 입찰에 참여한 105개 건설사에 대해 7개 정부기관이 지난해 말부터 무더기로 '입찰참가 제한처분'을 내리자 건설사들이 "허위실적 제출은 고의가 아니었다"며 반발해 불이 붙었다.
소송의 쟁점은 2000년에 시행된 정부의 '밀레니엄 은전(恩典)조치'. 당시 김대중 정부는 97년 외국 건설업체에 개방된 조달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입찰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0년 1월 이전에 건설업체가 저질렀던 불법행위에 대해 정부가 일체의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겠다'는 내용의 파격적인 '특혜'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번에 7개 기관들이 문제삼은 허위실적은 특혜대상인 2000년 이전의 실적들이다. 관급공사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는 통상 3~5년 전 실적까지 제출해야 하므로 2002년 입찰에 참가하더라도 2000년 이전의 허위실적이 다시 드러나게 돼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소송을 낸 전남의 B건설사측은 "애당초 공사실적확인서 발급을 책임지는 대한건설협회가 은전조치된 허위실적을 제대로 수정만 했더라도 이런 문제는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다수의 건설사들을 변론하고 있는 소동기 변호사는 "다른 회사들도 B사와 같은 이유로 소송을 냈다"며 "은전조치 당시 허위실적을 수정하지 않은 건설협회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협회와 정부 기관들은 그러나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기덕 대한건설협회 건설정보실장은 "은전조치 이후 허위실적을 자진해 수정해달라고 요구한 회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며 건설사의 부도덕함을 지적했다. 이종두 조달청 사무관도 "이유야 어쨌든 허위서류를 제출한 당사자인 회사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등에 따르면 허위실적 제출의 책임 소재가 가려지는 대로 조만간 이번 소송대란의 첫 법적 판단이 나올 예정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 승소시 정부기관의 '책임 떠넘기기'가, 정부기관 승소시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재철 기자 humming@sed.co.kr
입력시간 : 2004-07-11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