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뉴브리지의 언론플레이'

김정곤 기자 <금융부>

제일은행 매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과 그 주변 인사들이 보여준 언론 플레이가 새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제일은행측은 긴급 이사회를 마치고 “이날 중 무슨 일이 있어도 제일은행 매각 우선 협상자를 선정해 공식발표한다”고 언론에 알렸다. 오후 1시30분. 제일은행측은 “긴급 이사회를 마친 뒤 잠재적 매수자들에게 최종 매각조건을 통보했다”고 이사회의 일부 내용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제일은행측은 이날 오후 4시30분께 돌연 “당분간 공식발표는 없을 예정이며 향후 협상이 어떻게 될지 불투명하다”며 발표가 연기됐음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발표가 연기된 데 대한 별다른 해명도 없었다. 결국 이날 거의 모든 언론이 송고한 기사 제목은 ‘제일은행 매각 우선 협상자는 ○○’가 아닌 ‘제일은행 매각 막판 경합 중’ 또는 ‘매각 협상 난항’ ‘매각 발표 무기한 연기’ 등이었다. 이날의 해프닝은 그동안의 매각 진행 과정을 되돌아볼 때 사실상 예견된 것이었다. 뉴브리지와 그 주변 인사들은 제일은행 매각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언론을 통해 계속 협상내용의 일부를 흘려왔다. 공식 채널로는 ‘잘 모른다.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하면서도 매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분위기는 알려줘 결과적으로 ‘과잉 취재와 추측 보도’를 유도한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확정적인 것처럼 말했던 매각 발표를 돌연 연기한 것도 찜찜하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인수합병(M&A) 작업과 국내 언론의 경쟁적인 보도 특성을 이용, 인수자와의 ‘줄다리기’에 유리한 입장을 확보하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나로텔레콤의 대주주이며 삼성생명 지분인수전에도 뛰어든 뉴브리지는 앞으로도 한국시장에서 계속 투자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한번 무너진 신뢰는 억만금을 주고도 다시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을 뉴브리지가 다시 한번 되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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