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두미르 군인 아파트는 건축미학이 잘 반영된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아파트=성냥갑`의 공식에서 벗어나 물결의 흐름을 본 뜬 유선형 배치는 한 폭의 병풍동양화를 연상케 할 정도다. 주변 환경과 완벽히 조화를 이룬 것도 두미르 군인 아파트만의 매력이다.
군인 아파트가 위치한 곳은 의암호 호수 인근으로 강과 마을이 교차하는 강촌지교(江村之交)이다. 입지적 장점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설계자는 `생(生ㆍ자연친화), 인(人인간친화), 장(場ㆍ지역친화)` 등 3가지 모토를 설정했다.
주변 의암호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단지 배치를 유선형으로 설계한 것이 돋보인다. 공중에서 이 단지를 바라보면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호수의 물결로 보일 정도다. 또 유선형 배치는 의암호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단지 전체에 미적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다.
단지와 호수를 경계 짓는 제방은 자연친화의 공간으로 조성돼 있다. 제방 도로를 자전거 전용도로 및 산책로를 겸할 수 있도록 하고 호반축제마당, 금빛 모래터 등 휴게ㆍ문화공간을 이곳에 넣은 것이다.
이 단지의 또 다른 특징으로 독특한 보행동선을 들 수 있다. 단지중앙에는 중앙광장이 위치해 있다. 중앙광장에서 호수와 기존 광장을 장애물 없이 바로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호수, 아파트, 기존 도시 등을 하나의 동선축으로 묶어 지역친화 효과를 노린 셈이다.
내부 평면도 호수 조망과 일조권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두미르 군인 아파트 규모는 32ABC평형 428가구. 평형 타입은 3종류이다. 전 타입에서 의암호를 조망할 수 있다. 소음방지를 위해 엘리베이터 코어와 가구를 분리했다.
두미르 아파트는 군인 아파트 하면 연상되는 딱딱한 기존 관념을 깨뜨린 단지. 주택에 미적 감각을 결합시긴 `건축미학 아파트` 등이 획일적 현 주거양식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작품이다.
■건축개요
위치=강원도 춘천시
설계자=한남수(토문건축사 사무소)
시공사=두산건설
건축주=국방부 조달본부
건물규모=32평형 428가구
대지면적=1만319평
건축면적=1,835평
연면적=1만9,000평
건폐율=17.78%
(시공사 인터뷰) 두산건설 신길수 부사장
“춘천 두미르 군인 아파트는 단순한 `집`이 아닌 `문화`를 판매한다는 두산건설의 철학이 담긴 대표적 작품입니다.”
두산건설의 신길수 부사장 은 “국내 최초로 곡선형 아파트를 시공하다 보니 거푸집부터 새로 제작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며 “신 주거문화를 창조한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멋진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퇴적층이라 지반 공사도 만만치 않았고, 의암호 호수 제방보다 대지가 낮아 3m 가량 흙을 쌓아 공사를 진행했다는 게 신 부사장의 설명이다.
위브(We`ve)라는 브랜드를 앞세우며 주택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두산건설은 `아파트=주거공간`이라는 고정 이미지를 거부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단지 내 커뮤니티 공간, 조경, 건물외관, 조형물 등 형태적 아름다움과 기능을 결합시킨 아파트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멋진 작품을 선보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사가 설계ㆍ시공한 공군회관. 기둥을 일자형이 아닌 `)`형태로 설계한 게 대표적인 예로 건축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자형 기둥으로 건물을 지탱할 수 없다며 일부에선 반신반의 했지만 두산은 건물 구조에 하자가 없다는 것을 손수 입증하며 독특한 건축물을 만들어 냈다.
신 부사장은 “그 지역에서 최고 비싼 아파트, 최고로 훌륭한 건물을 짓는 다는 게 회사의 원칙”이라며 “남들이 해 보지 않은 것을 시도하기 위해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용토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아파트는 주거문화를 해결하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우리 회사 뿐 아니라 전 건설사가 아파트의 한계와 단점을 극복하는 데 노력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설계자 인터뷰) 한남수 ㈜토문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의암호 라는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입주민(군인)들이 포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설계의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춘천 두미르 군인아파트를 설계한 토문건축사 한남수 대표이사 는 “아파트 공화국이지만 정작 주거문화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아파트 등 주택도 도시의 일부라는 것은 고려할 때이다”고 강조했다.
두미르 군인 아파트는 전 단지를 유선형을 배치하는 파격적인 모양새, 보차 동선 분리, 커뮤니티 공간을 강조한 설계 등으로 아파트도 미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사용자 위주의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아파트도 엄연한 건축작품”이라며 “비용을 조금 더 들여서라도 주택의 기능을 향상시킨다면 그만큼 가치는 올라가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보단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 된다는 게 한 사장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설계안을 정립할 때 조경팀 등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같은 팀웍은 토문이 설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사장은 아파트 설계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 받은 인물이다. 그가 설계한 중랑구 신내지구 9단지 아파트는 5회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했다. 2002년 본상을 수상한 부산 아시아드 선수ㆍ기자촌 역시 그의 설계 작품이다. 이밖에 서울시 저밀도지구 기본설계도 한 사장이 수행한 프로젝트다.
그는 “아파트도 50~100년 등 영원히 남는 건축물”이라며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는 한 부속품이다”고 강조했다.
<모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