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헤지펀드 공격 헤지펀드로 막는다"

규모 날로 팽창…제도권 융화 필요성 공감<br>싱가포르·홍콩등은 규제 풀고 정책적 육성<br>부정여론 불식위해 단계적 규제완화 나서야



최근 몇 년간 국내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는 ‘외국계 헤지펀드(Hedge Fund)’의 공세였다. 소버린의 SK 경영권 공격이 그렇고 스틸파트너스의 KT&G 적대적 M&A 시도 역시 여전히 우리 사회의 핫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헤지펀드식 금융기법’이 우리 금융시장을 언제든지 뒤흔든다는 경험법칙이 생겨난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법칙이 떠오른다. 아예 국내에서도 헤지펀드를 활성화시켜 다양한 금융기법으로 무장해 외국계 헤지 펀드의 무모한 공격도 막고 금융허브 달성도 앞당길 수 있다는 발상이 그것이다. 세계 금융시장의 실력자로 떠오르고 있는 헤지펀드를 무조건 범죄시하는 여론의 순화 없이는 금융 강국으로 나갈 수 없다는 실리적인 판단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팽창 거듭하는 헤지펀드=헤지펀드는 매년 일정한 수준 이상의 절대수익률 달성을 목표로 삼는다. 이 같은 성향을 갖는 헤지펀드는 주식은 물론 원유ㆍ금 등 돈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지 투자하고 있으며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미련 없이 시장을 떠난다. 외환시장이나 석유 등 상품시장이 널뛰기를 할 때마다 언제나 헤지펀드가 주범으로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헤지펀드가 처음 국제 금융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90년대 초. 당시만 해도 일부 돈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주고객이었지만 지금은 연기금ㆍ기관 등 권위 있는 굵직한 기관들도 헤지펀드에 자금을 모아주고 있다. 헤지펀드들이 벌어주는 돈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펀드 분석기관인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최근 헤지펀드 규모는 90년 초에 비해 무려 14배나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자금규모는 20배나 늘었다. 활동 중인 헤지펀드는 총 9,500개에 달하고 자산규모도 최대 1조5,000억달러로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2005년 말까지 아시아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펀드 수는 약 700개에 달하고 투자규모도 1,000억달러로 추산된다. ◇헤지펀드 없이는 금융허브도 없다=이처럼 헤지펀드 시장이 급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현실을 정부로서도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정부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비중이 날로 확대되는 헤지펀드를 제도권에 포용하지 못하면 금융허브라는 게 ‘헛구호’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도 ‘헤지펀드 동향과 규제 논의’ 보고서를 통해 “헤지펀드산업의 비중을 고려할 때 헤지펀드를 이용한 각종 투자기법을 발전시켜 기존 제도권 내로 융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창주 대투증권 상품전략 본부장은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는 대학ㆍ연기금 등의 대표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최근에는 기관 등의 관심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허브를 놓고 경쟁을 하고 있는 싱가포르ㆍ홍콩 등은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를 거의 풀었다. 특히 싱가포르는 정책적으로 금융허브 구축을 위해 외환시장과 자산운용업ㆍ프라이빗뱅킹(PB) 등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헤지펀드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헤지펀드가 투자대상의 다양화와 자산운용산업의 허브 구축, 법규, 수탁산업 등 다른 산업이 동반 발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인식, 헤지펀드의 설립과 운용상에 얽힌 각종 규제를 완화시키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운용사의 설립자본금을 현행 100억원보다 낮추고 투자대상의 제한도 사실상 없앨 계획이다. 또 운용보수, 특히 성과보수도 현실에 맞도록 변경해 낮은 단계의 헤지펀드의 출현을 유도할 방침이다. ◇부정적인 여론이 걸림돌=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너무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여론의 추이만 생각하면 헤지펀드 활동을 권장하는 내용의 관련법 제정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얘기이다. 이 같은 사정 때문인지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단계를 두고 규제완화를 할 필요가 있다”며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급격한 규제완화는 단기적으로 시장 부흥, 이후 급격한 거품 붕괴 등의 혼란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에 데몬스 여 유레카헤지 상품개발팀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경제대국인데도 불구하고 헤지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너무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의 활성화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주장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