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강세 지속될듯/일 국채수익률 저조 “일시적 현상” 전망도/일 「수출드라이브」땐 엔고재현 가능성도달러가 엔화에 대해 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일본이 경기 침체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짙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의 장기채가격이 급등, 2005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사상 처음으로 2%대 밑으로 급락한 사실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일본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달러는 엔화뿐만 아니라 독일의 마르크화 등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서도 강세현상을 지속하고 있다. 강력한 미국경제와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다른 선진국들의 상반된 처지가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 일본정부 관계자들이 잇따라 경기침체를 염려하는 발언에 나선 것도 불안심리에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했다. 사카키바라 대장성차관은 최근 영파이낸셜타임지와의 회견에서 『일본이 단행했던 지난 4월의 소비세 인상여파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면서 일본경기 회복에 대해 강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또 일본의 투자비중이 높은 동남아 금융시장의 혼란도 엔화 약세를 초래하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계속 휘청거릴 경우 일본정부가 현재의 낮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 밖에 없고 아울러 엔화 및 엔화를 기반으로한 투자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따라 일부에서는 일본정부가 결국 경기 도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동원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스미토모은행의 뉴욕지점 부사장인 존 가리아노는 『지금은 일본경제 성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고 정부당국도 특별한 대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빚어진 일본국채의 낮은 수익률은 세계자본을 미국으로 유인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대체로 당분간 달러강세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다음 지지선인 1백25엔 돌파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무역흑자 규모나 미일 양국의 금리격차 축소 등 과거 엔고를 부추겼던 시장기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달러강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않은 편이다.
일본정부가 내수 부진 타개를 위해 수출 드라이브를 선택할 경우 대미무역흑자가 확대돼 무역마찰의 골이 다시 깊어질 경우 엔고현상이 재현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올 상반기중 일본의 대미무역흑자는 전년대비 50%가까이 늘어났으며 미국은 그동안 여러차례 일본측에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미일 양국의 금리정책과 무역마찰의 강도가 국제환율의 향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정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