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원高 부추겨 기업 옥죄는 통화당국

한국은행이 콜금리 목표를 4.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경기가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시중 유동성이 계속 늘어나고 하반기에는 물가 오름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게 금리인상에 대한 한은의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최대 걸림돌이 환율하락이라는 점에서 한은의 금리인상은 경솔한 결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저성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은이 엊그제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고 있다며 높여 잡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4.5%도 세계 경제의 평균 성장률(4.7%)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물가 상승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약하다. 한은은 하반기 원유가 상승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배럴당 유가가 70달러를 웃돈 지 오래지만 물가는 정부의 관리목표범위(2.5~3.5%)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주식 버블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 주가는 급등했다. 한은은 콜금리 인상이 경기회복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콜금리를 인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원화환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수출기업들의 최대 경영 애로사항이 바로 원화강세인데 금리인상으로 원화는 더 뛰게 됐다. 원화강세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수출기업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경기가 이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은 수출에 힘입은 바 큰데 수출이 어려워지면 경기는 다시 위축될 수 있다. 내수도 걱정이다. 금리인상으로 투자와 소비는 위축될 것이다. 콜글리 인상은 금융회사들의 금리인상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식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수익성도 떨어지고 이는 주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번에 콜금리를 올려야 앞으로도 올릴 수 있다”며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뜻을 내비쳤다. 시장에 미리 대응하라는 신호를 주는 것도 좋지만 오히려 불안감을 증폭시켜 시장금리 인상을 부채질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선제적 대응 못지않게 완급조절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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