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윤곽 드러나는 이명박 정부 '세제 개편 방안'

'직접세 인하-간접세 인상' 유력<br>법인세 20% 단계 인하·R&D비용 공제 추진<br>소득·상속세 완화…자영업자 교육비도 공제<br>직접세 세수결손 커 새 稅源발굴 불가피할듯



이명박 정부가 올해 안에 전면 개편하겠다고 공언한 세제 개편 방안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법인세ㆍ종합부동산세 등 기업 세금을 줄여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한편 과표가 노출된 직장인과 일부 자영업자도 세금을 깎아줘 내수 부양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반면 지하경제 등 새로운 세원을 찾아내는 노력도 이어갈 방침이다. 참여정부의 이른바 ‘낮은 세율-넓은 세원’ 정책을 이어받겠다는 것이다. 관심사는 오는 7ㆍ8월 발표되는 중장기 조세개편 방안에 ‘직접세 인하-간접세 인상’ 방안을 담을지 여부다. 정부가 소득세ㆍ법인세 등 직접세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균형 재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줄어든 세금만큼 새로운 세원 발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업ㆍ부유층에 혜택 집중=감세의 최우선 대상은 기업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법인세의 단계적 인하 방침을 공언한 데 이어 법인세 연결납세(연납) 제도도 올해 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을 중심으로 법인세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가령 연납제도가 시행되면 모기업이 100억원 흑자를 내고 자회사가 50억원 적자를 냈을 경우 두 회사의 순손익 50억원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부과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 참여정부 시절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의 일환으로 연납제도 도입을 고려해왔으나 정부 조세수입의 감소, 계열사가 많은 대기업 특혜 등을 이유로 도입을 유보한 바 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기업 감세 방안에 대해 “법인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해 최소한 20%까지는 내려갈 것”이라며 “연결납세제도나 손실이월제도, 중소기업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제도, 최저한세율 인하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폭넓은 기업 감세 방안의 추진을 시사한 셈이다. 소득세ㆍ부동산세 등 부유층의 부담이 큰 세목도 손질이 예상된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선 과정에서 줄곧 낮은 세율과 조세 체계의 단순화를 주장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종부세 완화를 시작으로 소득세ㆍ상속세 등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간접세 부담 증가하나=한나라당은 우선 총선을 겨냥해 감세 정책의 효과를 직장인들이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물가 상승분만큼 소득 공제액을 더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물가가 연평균 3% 올랐다면 부양가족 1인당 100만원씩 주어지던 인적 기초공제를 103만원으로 확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의장은 3일 “소득공제가 물가와 연동되면 근로자들이 세금 때문에 실소득을 침해당하는 부분을 줄이고 정부도 물가를 많이 신경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식부기 회계를 도입해 세원 포착이 용이한 일부 자영업자도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이 의장은 “실생활비와 관련해 영세자영업자도 근로자들처럼 교육ㆍ주거비 등에 지출되는 비용을 소득공제해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감세 방안에도 전반적으로 직장인 등 일반인의 세 부담은 늘어날 수도 있다. 정부가 올 7ㆍ8월 중장기 세제 개편 방안에서 직접세 부담을 줄이는 대신 간접세는 늘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법인세ㆍ유류세 인하 등 그동안의 감세안만 하더라도 세수 결손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비과세ㆍ감면 조항 정비, 세출 감소 등을 통해 부족한 재정을 메우겠다고 밝혔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실정이다. ‘조세 감면→투자 및 소비 증가→세원 및 세수 증가’라는 선순환 고리가 정착되지 않고 정부 지출 규모를 줄이지 못하면 간접세 등 새로운 세원 발굴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참여정부에서도 ‘넓은 세원-낮은 세율’을 골자로 한 중장기 세제개편안에서 간접세 인상 등으로 사실상의 증세 방안을 검토하다 무산된 바 있다. 참여정부는 새로운 세원으로 ▦담배에 흡연억제세 부과 ▦학원 수강료, 아파트 관리비, 생리대, 의료보건 서비스 등에 부과세 부과 ▦간이과세대상 축소 ▦주세 인상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또는 폐지 ▦주식 양도차익 과세 ▦자영업자 간이과세 범위 축소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해 금융거래 정보를 이용해 추정 과세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바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업 등의 세 부담은 줄이는 대신 지하경제 등의 소득 포착률을 높여 건전 재정을 유지하겠다는 것 외에 중장기 조세개편 방안에서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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