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난징 등 지방 주요 도시는 물론 농촌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높은 성장세의 중국 경제가 급격히 위축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6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 정부 산하 경제 연구기관의 견해를 인용, 사스의 농촌 지역 확산 등 장기화로 성장축인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위축되며 중국경제가 지난 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스 조사팀 일원으로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던 볼프강 프라이저 박사는 “운이 좋다면 중국이 사스를 퇴치하는데 최소 6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며 “그러나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사스 퇴치가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당국 내부의 사스 책임 공방이 확산되면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 등 신 지도부와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 주석 등 구 지도부간의 권력 투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후진타오가 사스 초등 대처 미흡에 책임을 물어 차제에 위생장관 해임 등 장쩌민 측근들을 일소함으로써 온전한 권력기반을 구축하려 한다는 것.
이 같은 정치적ㆍ경제적 시나리오는 베이징 주요 시내에 국한됐던 사스가 6일 베이징 근교를 비롯 난징, 헤난 등 중국 전역의 농촌에서 연달아 확산되면서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사실상 중국 중앙 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위생 상태가 불량해 사태 파악 조차 힘든 농촌 지역으로 사스 사태가 본격적으로 확산될 경우 기존 정치ㆍ경제 시스템 자체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산업화로 그렇지 않아도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중국 농촌 지역은 당국의 강력한 환자 격리 수용 등에 반발 폭동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날 중국 남부의 난징에서는 처음으로 사스 의심 환자가 1명 발생하면서 인근 1만명이 격리되는 조치가 취해졌다. 또한 격분한 농민들이 헤난성 린조우에서 사스 격리 병동을 붕괴시키고 해안 지역인 제지앙성에서는 관공서를 습격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