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통상압력 강화 배경ㆍ전망] 무역 적대국에 제재 공개 선언

새로운 다자간 무역틀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됐던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회의가 사실상 결렬 상태로 끝나면서 전 세계에 각국의 무역 빗장을 걸어 잠그는 보호무역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영국의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미국내 보호무역주의 세력이 부상하며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의 무역 제재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많은 국제 경제 전문가들도 당분간 다자 협상틀이 깨진 만큼 각국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양자 및 지역별 자유무역협상이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전방위 무역 보복 본격화=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무역 보복 으름장은 내년 대선 재선을 위한 지지율 확보를 위해 치솟는 실업률, 막대한 경상적자 누적 등 경제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우선 비롯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경제 실정이 부각되며 지지도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15일 발표된 미국의 올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 누계액은 2,773억7,8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0.8% 증가하며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칸쿤 회의를 앞두고 표면적으로나마 자유무역을 외치던 미국이 칸쿤 회담 결렬을 개도국의 이기주의 탓이라며 본격적인 무역 제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특히 에반스 상무장관은 정부의 인위적인 고정 환율제, 지적재산권 침해 등을 지속하면서 WTO에 가입 당시 약속했던 사항들을 위반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에 대해 강력한 시정 조치를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위앤화 평가절상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어 향후 미국의 통상압력은 특히 중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미 의회는 최근 중국산 물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이며, 이번 칸쿤 각료회의에서 미국에 적대적이었던 국가에 선별적인 차별을 가하겠다고 으름장도 놓고 있는 상태다. 반면 회담 직후 인도 등 개도국들은 선진국이 자국에 막대한 농업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개도국에 투자 자유화 등 빗장만 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등 부국과 국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배타적 쌍방 및 지역자유무역협정 난립 우려=다자틀이 깨지면서 세계 무역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쌍방 및 지역자유무역 협정이 속속 체결될 전망이다. 로버트 죌릭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WTO 회원국에게 여러 국가들과 쌍무 자유무역협상을 하고 있으며 그 기준은 칸쿤 회담에서 파악된 교역국들의 자세가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실제 미국은 칠레와 싱가포르와 이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고 현재 호주와 몇몇 중동 국가들과 협상을 진행중이다. 죌릭 대표는 이 같은 각개 전투가 시장 개방화를 위한 빠른 길이며 WTO를 통한 다자틀 구도에 대한 희망이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 드러났듯 선진국과 개도국간 대립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전 다자 회담과 달리 이번 칸쿤 회담은 브라질 등을 위시해 중국 인도 등 개도국들이 선진국에 대항하기 위해 G-22라는 그룹을 형성, 선진국의 농업 보조금 철폐 등 조직적인 목소리를 냈다. 특히 아프리카 카리브해 등 후진국들이 별도의 그룹을 형성, 선진국이 내놓은 투자, 정부조달 협상 개시안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등 세계 다자 무역 협상 사상 처음으로 후진국들이 선진국에 맞서 연합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그만큼 다자 협상틀 성사가 어렵고 갈등 가능성이 높을 것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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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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