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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된 지난 2013년 이후 서울 시내의 SSM의 신규 출점이 전체 면적의 95%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사실상 '제로'에 가까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의 칼날이 유통 대기업을 정조준하면서 대형 SSM 뿐 아니라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소형 슈퍼마켓의 출점도 억제돼 업종 전반이 후퇴 위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올해 서울 점포 숫자는 지난해와 동일한 37개에 그쳤다. 올 한해 구리시에 인접한 신내점과 서울 남단 끝 내곡점이 각각 오픈했지만 교대점과 신도림점이 폐점하며 점포 숫자가 늘지 않았다. 지난 3년간 증가한 서울 시내 점포 숫자도 4개에 불과했다. 롯데슈퍼도 올 한해 구리·하남시에 인접한 강동구 고덕동과 관악산 인근인 구로구 신림동 등 서울 외곽 지역에서만 개점했다. GS슈퍼도 광나루, 왕십리 뉴타운, 강서 염창점 등 서울 외곽이나 택지개발지구에서 소폭 출점하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법 규정상 면적 대비 95% 가까운 지역에서 출점이 불가능해 실질적으로 신규 출점 자체가 억제된 지역"이라며 "산자락 끝이나 도시 외곽에서 개점하는 데 그치는 등 정상적인 신규 출점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 내 슈퍼마켓 출점이 사실상 억제되고 있는 것은 전통시장 반경 1㎞ 이내에 SSM 출점을 금지한 법 규제 때문이다. 서울은 구·신도심이 분리되지 않아 해당 규정을 적용할 경우 전체 면적 95% 가량의 지역에서 신규 출점이 불가능하다. 실제 업체 별로 지난 3년간 새로 오픈한 수 개의 매장들은 모두 서울 경계선에 인접한 최외곽이나 북한·봉화·청계·관악산 등 산자락 인근에 해당했다. 유통법 개정 이전인 2008~2010년에는 업체별로 신규 출점이 연간 100여개에 달했지만 현재로서는 상권이 형성되지 못한 신도시 등으로 출점이 국한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SSM은 연면적 990~3,300㎡(300~1,000평)의 대형 슈퍼마켓을 뜻하지만 이보다 작은 슈퍼마켓의 출점도 억제되긴 마찬가지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준대규모 점포 뿐 아니라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슈퍼마켓 자체의 출점을 억제하면서 165㎡(50평) 내외의 소형 슈퍼마켓도 늘지 못하고 있다. 롯데슈퍼는 1~2인 가구를 겨냥해 신선식품 등 소포장 제품을 전문 판매하는 '롯데마켓999'를 운영 중이지만 지난 3년 여 동안 점포 수는 100여개에 그치고 있다. 소포장 신선식품 등을 990원, 1,990원, 2,990원 등 소형 묶음 판매하는 50평 내외 소형 매장이지만 동일한 출점 규제를 받아 '1인가구' 특수를 못 살리고 있다.
대기업 슈퍼마켓의 출점이 억제되면서 전체 슈퍼마켓 숫자도 제자리걸음이다. 국내 슈퍼마켓 숫자는 2012년 9,047개에서 2013년 8,865개로 2% 가량 줄었다. 출점이 줄며 업종 전체의 '바잉 파워'가 약해진데다 '대형 트라우마'로 신규 사업자도 찾아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출점 규제가 5년여 더 연장되면서 '슈퍼마켓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대기업 슈퍼마켓에서 유기농 슈퍼마켓을 지나 지역 생산 제품을 파는 로컬 슈퍼마켓으로 선호도가 넘어간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업종의 진화도 공염불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