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언제까지 살까.`
외국인이 19일 조흥은행 파업과 다시 불거진 북한 핵 문제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가장 많은 주식을 사들이며 16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자 투자자들 사이에 `희망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로 지수가 올라가고 있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외국인 외에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는 불안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매도 쪽으로 방향을 틀면 이를 받아줄 세력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이 같은 시장 상황으로 인해 외국인의 순매수 행보는 투자자들 사이에 새로운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들이 3,860여억원 어치를 순매수한데 힘입어 전일보다 14.74포인트 오른 690.49포인트로 마감, 700선에 한층 더 다가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겠지만 700선에 다가설수록 매수강도는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 메리트가 점차 떨어지고 있는데다가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가시적인 펀더멘털 개선 소식이 나와야 한다는 분석이다. 미 증시의 다우지수가 1만 포인트를 향해 달리면서 `조정을 보일 때가 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일 나스닥지수 강세 속에서도 다우지수는 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25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를 기점으로 미국증시의 금리인하 효과가 약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꺾일 줄 모르는 외국인 매수세=외국인들의 매수 행진은 예상을 초월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16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총 2조2,318억원의 주식을 사들였다. 전일 조흥은행 노조의 전면 파업과 북한 핵문제 처리가 다시 국제사회의 이슈로 떠올랐음에도 외국인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매수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종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한 핵 문제는 시장에 이미 충분히 반영돼 있어 외국인 매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외국인 매매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시장의 움직임과 이에 연동된 해외 뮤추얼펀드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풍부해진 유동성의 힘으로 전 세계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들의 눈에는 노조 파업이라든가 북한 핵 문제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확산되는 우려와 조정론=그러나 지칠 줄 모르는 외국인 매수세와 이에 따른 지수 상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지수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 단기 조정 시점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정이 임박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펀더멘털의 가시적인 개선이 없는 한 외국인들이 가격 메리트가 없어진 700포인트 위에서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사들일 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수급만으로 지수가 올라가고 있는 것도 점차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종국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앞으로 시장의 고민은 700선 위에서 누가 주식을 더 사줄 것인가 여부”라며 “외국인 매수세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조정 국면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 매수세의 바통을 개인들이 이어받는다면 현재의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인들은 지난 5월 이후 3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 상대적으로 매수 여력이 있는 편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상승 흐름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가 걱정”이라며 “미국시장이 조정을 받을 경우 한국 시장이 받을 조정의 폭과 깊이는 더욱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수세라는 수급의 힘으로 시장이 버티고 있지만 미국시장이 조정을 받을 경우 외국인 매수강도가 줄어들면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단기적인 조정을 염두에 두고 리스크 관리에 나서되 아직까지는 덜 오른 종목 중심으로 매기가 이동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들 종목을 저가 매수하는 전략을 병행할 것을 권했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