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3월18일] 멕시코, 석유 국유화


1938년 3월18일 오후8시20분, 멕시코. 외국계를 제외한 모든 방송이 카르데나스 대통령의 특별담화를 내보냈다. 방송이 나간 뒤 멕시코 전역이 들썩거리고 축제 분위기가 일었다. 담화의 골자는 석유 국유화. 오늘날 자원민족주의의 뿌리가 여기에 있다. 담화를 들어보자. ‘헌법 27조를 준수하겠다.’ 해당 조항의 규정은 국내외 자본에 넘어간 국토라도 그 하층토(지표면 이하)의 권리는 국가에 귀속된다는 것. 자원은 모두 멕시코 소유라는 선언에 외국자본이 반대하고 나섰다. 현실적으로 적용된 적도 없는 법이었지만 멕시코에는 두 가지 힘이 있었다. 노동조합과 카르데나스 대통령. 카르데나스 대통령은 외국계 자본이 움직이는 언론에 이렇게 맞섰다. ‘나는 세상을 읽는 방법을 안다.’ 때가 좋았다. 멕시코의 석유 국유화를 무산시키려고 영국이 적극 나섰지만 독일과 이탈리아ㆍ일본이 멕시코의 석유를 탐낸다는 소식이 퍼지며 미국이 유럽제국을 제어하고 나섰다. 실제로 그랬다. 일본은 멕시코에 석유저장 시설을 건설해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멕시코 석유에 공을 들였다. 겁이 난 미국은 멕시코에 웃음을 보내며 심기를 달래려 애썼다. 멕시코 국내 유가가 수출 가격보다 싸진 게 이때다. 미국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미국 뜻대로 됐으니까. 석유 국유화로 멕시코는 기적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다시는 국제무대에서 큰 소리를 치지 못했다. 힘이 센 이웃 탓이다. 오히려 반복적인 위기에 빠졌다. 멕시코의 자원 국유화 사례는 우리에게 말해주는 바가 있다. 역사는 의지와 다른 방향으로 간다는 점이다. 멕시코의 석유 국유화 80주년. 이제는 자원고갈의 시대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사람을 키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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