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독감에 걸린 조훈현 제1보(1~21) 결승5번기의 제3국은 송태곤이 흑으로 불계승했다. 다 졌던 바둑을 기적적으로 역전승한 것이었다. 제4국은 송태곤이 백으로 졌다. 다 이긴 바둑을 실수로 놓친 것이었다. 이제는 단판 승부. 새로 돌을 가려 송태곤의 백번이 결정되었다. 조훈현이 펼친 것은 대각선 화점포석. 전형적인 전투지향형이다. 송태곤은 소목 두 곳을 차지하고서 백6, 8로 다부진 응수를 했다. 싸움꾼답지 않은 신중하기 짝이 없는 태세. 국후에 물어보았다. “뭐야. 미리 작심이라도 했던 건가?” “아녜요. 즉흥적으로 생각났던 거예요. 조국수님의 포석이 워낙 강해서 장기전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흑21은 실리와 공격을 동시에 추구한 수. 검토실에서는 참고도의 흑1이 대세점 같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송태곤은 그 코스는 백이 2 이하 12로 실리를 파먹고 나면 흑은 덤을 걱정해야 하는 바둑이므로 흑의 불만이라고 했고 조훈현도 같은 의견을 토로했다. 이날도 검토실에는 서봉수9단이 일찌감치 나와 있었다. 그는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조훈현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었다. “조가 독감에 걸려 있어. 게다가 살인적인 대국 스케줄 때문에 제 실력이 나오기 힘들 거야.”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1-27 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