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중앙은행이 시장불안 요소"

8월 中 위안화 기습 평가 절하

9월 美 금리 동결로 혼란 초래

WP "올 시장 붕괴 배후는 정책

내년 연준 긴축… 변동성 커질 것"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위기 때 마지막 피난처가 아니라 시장 불안의 진앙으로 바뀌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시장이 가장 크게 붕괴했을 때 배후 범인은 중앙은행이었고 내년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긴축정책과 맞물려 더 큰 변동성이 뒤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 1월 스위스 중앙은행이 유로화에 연동된 페그제를 폐지하자 스위스프랑 가치가 순식간에 40% 급등하면서 '프랑코겟돈(스위스프랑과 아마겟돈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8월에는 중국 인민은행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 중국 증시 시가총액이 5조달러나 증발했다. 수출증대를 위해 통화가치를 떨어드릴 만큼 경기 하락세가 심각하다는 뜻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9월에는 연준이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시장이 큰 혼란을 겪었다. 이달 초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부양책을 발표했지만 "고대했던 바주카포 대신 장난감 물총을 들고 나왔다"는 비관론이 득세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다. 18일에는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 조치 발표로 일본 증시가 2.66% 급등했다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실망감에 결국 1.9% 하락으로 마감했다.

내년에도 중앙은행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모든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선언했지만 시장은 갈수록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문가 3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절반가량은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SLJ매크로파트너스의 스티븐 젠 파트너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변경에 충분한 신호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바퀴 18개가 달려 언제, 어디로 갈지 모르는 트럭처럼 보인다"며 "내년은 중앙은행에 도전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투자은행 규제 강화로 시중 유동성이 줄면서 중앙은행이 예상외의 조치를 내놓았을 때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 우려 요인이다.

또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정크본드(투자부적격채권), 신흥국 채권ㆍ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언제든지 투자가들이 탈출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의 짐 캐런 글로벌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앙은행의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과거와 달리 효과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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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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