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시장 도미니크 바튼외 지음/아라크네 펴냄
`장래 수익성을 확신할 수 없다면 얼마간의 손실도 감수한다`
최근 국민은행은 SK글로벌에 대한 채권액 4,687억원 모두를 채권현금매입(CBO) 방식으로 털어내고 출자전환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바이아웃을 신청하면 채권액의 30%만 현금으로 변제받고 나머지는 모두 탕감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국민은행은 당장 3,280억원의 손실이 확정된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0년말에도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신규자금지원에 참여하지 않고 발을 빼 채권액의 70%에 해당하는 4,3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봤다.
무엇 때문에 국민은행은 이런 손실을 보면서 까지 바이아웃을 신청한 것일까. 이에 대해 금융권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은 `국민은행다운 경영판단`이라는 평을 내렸다. 지금 당장은 손실이 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추가 출자지원등으로 은행 경영이 불확실성에 빠지는 것보단 백배 낫다는 논리다. 이 선택은 맥킨지가 제시한 주요한 전략가운데 하나였다.
이번에 나온 /위험한 시장(Dangerous Markets)/은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로 있는 도미니크 바튼과 로베르토 뉴웰, 그레고리 윌슨 등 그의 동료들이 아시아와 남아메리카 등 지난 수년간 금융위기를 맞은 국가나 기업,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한 컨설팅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 위기극복 노하우 등을 집대성한 것이다.
저자들은 우선 금융위기는 한차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점점 개방화되고 자율화되는 세계 금융시장의 속성상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이 대표적인 사례였고 우리나라 역시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 외국계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급증과 신용카드 부실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이다.
저자들은 특히 개발도상국의 금융시장은 원활한 작동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절한 안전장치를 구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위기가 잦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투명한 회계와 공시시스템을 비록해 은행과 기업의 파산절차, 주주의 권리보호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경영감시에 필수적인 주주의 경각심과 적절한 지배구조가 갖춰지지 않은 점도 시장의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이머징 마켓이 세계시장에 편입됨으로써 30년전에는 다른 시장에는 감지되지 조차 못했을 어느 한 국가의 금융위기는 곧바로 전세계로 파급되고 위기는 증폭된다. 물론 이런 금융위기의 이면에는 위험하지만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으로 투자를 늘리다가도 어느 한 순간 급격히 투하자본을 회수하려는 국제적인 투기자본의 `변덕스런`행태가 숨어있다.
그렇다면 위기는 어떻게 감지할 수 있을까. 저자들은 기업이 차입한 돈의 이자를 감당할 수 없을 때 위기의 검은 뭉게구름은 피어난다고 지적한다. 즉 투하자본 수익률이 평균자본비용보다 낮거나 이자보상비율,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카바하지 못하는 경우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금융부문에서는 시중은행의 자산수익률이 1%이하거나 순예대마진이 2%이하로 나타나는 등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징조를 보이면 이 또한 위기의 신호로 파악할 수 있다. 개별 금융회사별로는 최근 2년간 대출이 연 20%이상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경우 부실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저자들은 조언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금융위기시에는 초기대응이 `결정적으로`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책입안자들이나 기업 경영자들은 상황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해야 하며, 계획보다는 신속한 결정으로 위기의 파급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내부적으로도 헌신하지 않거나 움직이지 않는 간부들은 철저히 가장 먼저 제거해 위기극복 대열에 성역이 없음을 대내외에 알려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지적이다.
현재의 글로벌 금융환경을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다가오는 위기를 경계해야 하고 발생된 위험에 적극 대처해야 하며, 위기시에 최상의 리더쉽을 발휘해야 하는 기업경영자, 은행 중역, 금융감독 당국자나 학계, 언론인, 정치인들이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