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검찰의 이번 전면수사가 기업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악영향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조기에 수사종결이 이뤄지길 희망했다. 재계는 아울러 기업이 정치권의 소용돌이에 다시는 휘말리지 않도록 정치자금 관련제도의 개선을 정치권에 촉구했다.
◇대외신인도 저하ㆍ투자위축 우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확대 발표와 관련, “검찰 수사에 의해 기업의 부당한 자금집행이 낱낱이 드러난다면 그 국제적 망신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암담할 뿐”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당장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검찰의 5대그룹에 대한 수사확대가 대외신인도 저하ㆍ투자위축 등으로 이어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걱정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가 SK그룹뿐 아니라 다른 그룹으로도 확산돼 내용들이 공개되면 기업의 대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 역시 “기업활동이 정치적인 문제로 위협받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정치문제에 일체의 논평을 하지 않는다는 내부방침을 마련, 공식적인 논평을 자제했으나 대선자금에 대한 전면 수사 착수가 그룹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위관계자는 “노대통령이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정치자금의 전모를 밝히되 일반자금이나 보험성 정치자금은 사면하자고 제안했지만 수사방향이 어디로 튈지 누가 알겠냐”며 “특히 검찰의 대기업수사가 외부에 기업의 회계투명성 부족으로 비처질 경우 대외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수사 조기종결 바란다= 전경련등 경제 5단체는 노사관계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전11시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부회장단회의에서 “정치때문에 경제가 발목이 잡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며 검찰수사의 조기종결을 촉구했다.
부회장들은 또 정치자금 관련 제도를 투명하게 개선해 다시는 정치자금과 관련해 기업들이 곤욕을 치르는 일이 없도록 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규황 전경련 전무는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수사확대로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까 우려된다”며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수사가 가급적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정치권의 요구로 돈은 돈대로 내고 수사까지 받게 되는데 대해 억울하다는 불만이 재계에 팽배하다”며 “수사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을 수 있는 만큼 조속히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업인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사면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삼성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확대 여부에 관해서는 말할 입장이 아니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하는 선에서 이뤄지기 바란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자금제도가 합리적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LG관계자도 “정치자금을 투명화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경련은 기업들의 정치자금을 일괄적으로 모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일괄적으로 기탁하는 방안을 포함해 정치자금 관련 제도 개선안을 조속히 마련, 정부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