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삼성월드챔피언십] 세리, 4타차 뒤지다 1타차 이겼다

삼성월드챔피언십 마지막 4라운드에서 박세리와 캐리 웹의 대결은 한마디로 이같이 압축할 수 있다. 박세리는 이날 웹에게 1타 뒤진채 출발했다. 그러나 웹이 장갑을 벗을 때에는 박세리가 1타차로 이겼다.그러나 이 1타 뒤에는 그야말로 좇고 도망가는 게임의 연속이었다. 물론 캐리 웹이 너무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다 자멸(自滅)한 것이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유지한 박세리의 승인(勝因)이기도 했다. 1타 뒤진채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박세리는 퍼팅부진으로 초반에 고전했다. 첫 홀(파 4·399야드)부터 힘겨웠다. 티 샷한 볼이 러프에 빠졌고 세컨 샷은 또 벙커에 빠졌다. 홀 1.8㎙거리에 볼을 붙이긴 했으나 파퍼팅을 놓쳤다. 웹에게 2타차로 뒤졌다. 그러나 2타차는 한순간에 만회됐다. 6번홀(파4·340야드)에서 박세리는 세컨 샷을 8번 아이언으로 핀 2.4㎙에 붙여 버디를 건진 대신 웹은 보기를 했다. 동타. 경기의 흐름이 바뀌는 듯했다. 그러나 러시크릭골프장의 수호신은 우승자를 쉽게 점지하지 않았다. 이후 박세리는 드라이버 티 샷을 매번 페어웨이 중앙에 보냈지만 아이언 샷 정확도가 떨어져 홀 7~8㎙거리에 볼을 떨궜고 퍼팅도 자주 오른쪽으로 흘렀다. 11번홀(파 4·384야드)에서는 18㎙거리에서 3퍼팅을 해 다시 보기를 했다. 박세리가 부진한 틈을 타 웹은 7, 8, 10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박세리를 4타차로 따돌렸다. 이미 우승은 멀어지는듯 했다. 그러나 마지막 4개홀에서 웹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웹은 이때부터 베스 다니엘이 세운 기록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베스 다니엘은 지난 90년 한시증 7승의 대업(大業)을 이룬 선수다. 웹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올시즌 7승으로 다니엘의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됐던 것이다. 이미 4타차로 앞섰으니 우승은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었고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게 문제였다. 박세리가 1, 2라운드에서 고전했던 마(魔)의 파3 15번홀. 웹도 이 홀을 비켜갈 수는 없었다. 웹의 티 샷은 그린 오른쪽앞 벙커에 빠졌고 2온했으나 퍼팅이 계속 빗나가 결국 더블보기를 하고 말았다. 17번홀 티잉 그라운드로 향하던 박세리는 이때 웹과 1타차로 좁혀졌다는 것을 알았고 승부수를 던졌다. 그린 137야드 앞에서 9번 아이언을 잡은 박세리는 그린 앞에 도사린 벙커를 향해 볼을 날렸다. 벙커와 그린사이는 약 3~4㎙정도. 샷이 조금이라도 짧으면 벙커에 굴러 떨어질 수 있었지만 박세리는 과감히 공격했다. 볼은 벙커를 넘어 그린 에지에 떨어진 뒤 핀 60㎝에 붙었고 박세리는 버디를 잡아 웹과 동타를 이뤘다. 그러나 박세리는 18번홀 세번째 샷이 뒷땅을 치면서 버디 기회를 잡는데 실패, 17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웹에게 우승을 내주는 듯 했다. 행운의 여신이 박세리에게 미소를 보낸 것은 바로 이 때. 마지막 홀에서 웹은 티샷을 페어웨이에 정확히 보내고도 두번째 샷을 미스해 페어웨이 오른쪽 러프에 볼을 빠뜨렸다. 그린 왼쪽을 겨냥해 올린 샷은 벙커에 빠졌고 4번째 샷마저 핀을 넘어가 뒤쪽러프에 빠졌다. 볼을 넣어봐야 연장전이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압박감을 느낀 웹은 5번째 칩샷으로 홀인을 시도하려다 홀컵을 1.2㎙나 지나친 뒤 악몽처럼 2퍼트, 더블보기로 다 잡은 우승을 놓쳐버렸다. 대회본부에서 굳은 표정으로 경기결과를 기다리던 박세리는 이 때까지 자신의 우승을 모르다 뒤늦게 주위에서 『축하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로리 케인을 얼싸안으며 환한 웃음을 터뜨렸다. 김진영기자EAGLEK@SED.CO.KR 최창호기자CH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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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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