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알맹이 빠진 기업환경개선 대책

정부가 28일 발표한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은 한마디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격이다. 권오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내년 하반기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그 전 중간단계로 합리적인 선에서 규제개혁을 하겠다”고 다짐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수도권 공장증설 허용 등 획기적인 규제개혁을 바랐던 기업의 기대와는 큰 차이가 있어 실효를 거둘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 종합대책은 10개 부문 115개 과제로 짜여 있다. 숫자 상으로 보면 대대적인 규제개혁이 이뤄질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보면 행정처리 과정을 몇 개 축소하거나 창업기업(제조업)에 대한 투자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퍼주기식’이다. 그나마 추진일정을 보면 입법조치 없이 시행 가능한 단기과제 69개만 올해 말까지 실시하고 중기과제 30개와 장기과제 16개는 각각 내년과 2008년으로 미뤄 버렸다. 지난 26일 권 부총리와 경제5단체장의 회동의 성과를 의심하게 하는 내용이다. 재계가 개혁을 건의 한 수도권 공장총량제ㆍ출자총액제한제 및 이중대표소송제 중 수도권 공장증설만 “기존수도권 규제정책의 틀 속에서 개별사업계획의 타당성 검토를 통해 예외 및 제한적으로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기존방침을 확인했을 뿐이다. 권 부총리의 경제5단체장과의 만남은 의견수렴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것이었던 셈이다. 정부도 인정했듯이 규제총량은 2000년에 비해 무려 13.3%나 증가했다. 주로 의원입법 형태로 규제가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제가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여당 대표가 ‘뉴딜정책’을 내걸고 경제활성화를 시도하고 있는데도 정부만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신설법인 및 공장설립과 외국인 직접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규제강화다. 그 동안 정부는 규제개혁을 수없이 외쳤지만 말 뿐이었다. 이번처럼 기업이 체감할 수 없는 생색내기 규제개혁은 기업할 맛 나는 분위기를 창출 할 수 없다. 내년에 4.6%의 성장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토균형발전 등의 이상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규제개혁을 신속히 단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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