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투-교보 제휴… 달아오르는 우리은행 인수] 자금부담 덜고 흥행 불 지펴… '오너있는 자본' 당국 시각이 변수

"산업자본, 은행 소유 안되는데…" 논란 우려

전례 없는 '보험사의 은행 인수'도 걸림돌

"주가에 호재" 합병 앞둔 우리은행은 반색



한국투자금융지주가 교보생명과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른바 '더블유(W)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리은행 인수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투는 그동안 강력한 우리은행 인수 후보군으로 시장에 오르내렸지만 실제 인수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중국 안방보험그룹의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30%) 인수 참여 소식에 더해 교보가 한투라는 확실한 우군을 확보해 인수자금(약 3조원) 마련에 부담을 던 점은 우리은행 매각이 예상외로 흥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한투의 참여로 우리금융 주가 상승이 기대돼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주주들의 반대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불확실성도 피해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매물로 나왔던 지난 2010~2012년에도 인수를 희망했던 기업들이 막판에 떨어져나가면서 유효경쟁이 일어나지 않은 점을 들어 최종 예비입찰까지 예단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신창재 회장이라는 확실한 '오너'가 있는 교보생명에 우리은행을 내주는 데 대해 회의적인 입장인 만큼 매각작업은 시장의 평가처럼 순탄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교보·한투 컨소시엄, 우리은행 매각 흥행 견인하나=금융계에 따르면 '교보·한투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W 프로젝트'의 골자는 양 사 간의 역할 분담이다. 교보는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자금을 대는 전략적투자자(SI)로, 한투는 경영권보다는 자금지원을 통해 일정 수익을 얻는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다. 한투는 교보의 자금지원군 역할을 하면서도 외부 투자자를 모집하는 업무를 중점 수행한다. 한국투자금융에 따르면 외국계 자본을 포함한 상당수의 기관들이 교보·한투 컨소시엄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금융 고위관계자는 "우리은행 인수전에 참가하게 되면 교보생명과 함께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면서 "최종적으로는 4~5곳의 기관이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외국계 자본이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교보는 한투를 FI로 끌어들이면서 인수대금 리스크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안방보험그룹 역시 경영권 지분 인수와 소수지분(26.97%) 투자 모두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장(場)이 설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췄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과거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했던 국내외 일부 펀드들도 다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은행·지주 합병 앞둔 우리금융에도 호재=한투의 가세로 우리은행도 한숨 놓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투가 진입하면 우리금융 주가에 호재로 작용해 우리은행·우리금융지주 간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구권 행사기간은 21일까지이며 합병에 반대하는 우리금융 주주는 행사가격(1만2,422원)에 보유주식을 사달라고 우리은행에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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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슈퍼 달러의 영향으로 주식시장이 요동치자 17일 현재 우리금융 종가는 1만2,500원으로 한 달 새 10% 가까이 고꾸라지면서 청구권 행사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이런 까닭인지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도 14일 자사주 1만주를 장내매수하기도 했다.

교보·한투 컨소시엄 구성에 더해 중국 안방보험과 같은 외국계 자본의 추가 참여 가능성 소식이 들리며 '민영화 이후 우리은행'에 대한 구성원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우리은행이 민영화될 경우 발에 차고 있는 무거운 납 덩어리를 떼어내고 다른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과 같다"면서 "임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주인을 만나면 젊은 직원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인 만큼 꼭 민영화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각 흥행이 선결조건"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부정적인 시선에 실제 성사는 불투명=유효경쟁이 성립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당장 금융당국이 우리은행을 주인 있는 은행으로 만드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 주인이 있는 교보생명에 매각되면 오너가 있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불인정한 사례와 비교돼 특혜 논란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를 용인하면 당국이 결국 주인 있는 은행을 인정하게 되는 꼴"이라면서 "삼성·현대 등에 은행 소유를 인정하지 않은 만큼 특혜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가를 어느 정도 선에서 끌어들일지도 관심이다. 론스타의 악령에 시달리고 있는 금융당국에 과도한 외자 참여는 썩 반가운 일이 아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7월 앙리 드 카트리에 악사그룹 회장과 만나 우리은행 인수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노조도 이를 우려해 1일 교보생명의 경영권 지분 인수를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컨소시엄에 해외자본이 들어오면 론스타처럼 '먹튀'할 우려가 크다"며 "한국의 대표적 토종은행인 우리은행을 해외에 팔아치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회사 인수합병(M&A) 역사상 보험사가 은행을 인수한 전례가 없었던 점도 걸림돌이다. 국내 금융지주사와 달리 교보생명의 주요 주주가 사모펀드(PEF)라는 점도 지배구조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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