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조원에 가까운 시중자금을 끌어모으며 주식형펀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메리츠자산운용이 다음달 4일 전 세계 헬스케어 기업에 투자하는 첫 번째 해외 펀드를 출시한다. 성장성이 돋보이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로 내년부터 해외 자산배분 전략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메리츠자산운용은 29일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에 투자하는 해외주식형펀드 '메리츠글로벌헬스케어'를 내년 1월4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대표는 "불확실한 시장에서 수익률을 높이려면 해외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구조적 트렌드로 자리 잡은 노령화와 건강관리 수요를 감안할 때 헬스케어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돼 관련 펀드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 펀드는 바이오·제약·의료기기·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국가 및 섹터에 제한을 두지 않고 성장성 높은 헬스케어 기업을 발굴해 투자한다. 바이오와 제약 관련 산업뿐만 아니라 병원 관련 서비스업, 정보기술(IT) 시스템, 보험사 등 헬스케어 관련 분야면 모두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100% 상향식 분석을 바탕으로 선별한 30~50개 종목에 분산 투자하되 적어도 3년 이상의 긴 안목으로 장기 운용할 계획이다.
펀드운용은 스위스 소재 자산운용사인 밸뷰자산운용과 공동 운용한다. 밸뷰자산운용은 20년 경력의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 자산운용사로 약 4조7,000억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리 대표는 "메리츠와 밸뷰 운용팀이 토론을 통해 투자종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기업탐방에도 직접 참여하는 등 운용철학과 투자전략 모니터링을 수시로 한다는 측면에서 여타 해외 펀드의 위탁판매 구조와는 다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변동성 높은 헬스케어와 중소형주 쪽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리 대표는 "단기 변동성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분산 투자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며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 성장성을 자신하는 만큼 오랜 기간 장기 투자하는 운용철학을 이 펀드에도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존 리는 운용수익률 꼴찌였던 메리츠자산운용을 1년 만에 1위로 끌어올린 장본인으로 1990년대 월가에서 '코리아펀드'를 운용했던 펀드매니저 1세대다. 리 대표의 장기 투자 철학에 공감한 투자자들이 그가 운용하는 펀드에 몰리면서 올해 큰 인기를 얻었다. 대표 펀드인 '메리츠코리아'는 올 들어 1조3,000억원을 끌어모았고 수익률은 연초 이후 18.90%를 기록 중이다. 전체 운용규모는 1조5,810억원 수준이다. 지난 6월에 설정된 '메리츠코리아스몰캡' 펀드도 중소형주 조정에 수익률은 부진하지만 3,000억원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리 대표는 조만간 20여년 전 코리아펀드를 운용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신흥국에 투자하는 펀드도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내년 1·4분기 내 중국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신흥국의 단기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지금이 옛날 한국처럼 크게 성공할 수 있는 아시아 국가에 투자할 기회"라고 전했다.